할머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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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미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812회 작성일 2005-09-09 21:38본문
할머니의 꿈
이미순
모내기철 때맞추어 내린 단비였지만, 간밤에는 참 요란스럽게도 비가 내렸다.
비온 뒤라 공원 저편에서 물기 먹은 진초록이 한껏 빛을 뽐내며 신이 났고, 나뭇잎사귀들의 소리에
가게 문을 활짝 열어보니, 참으로 청명한 파란 하늘이 내 마음의 창까지 활짝 열어 준다.
세찬 빗줄기는 오늘처럼 화창한 맵시를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사람의 얼굴은 참 다양하다.
환하게 미소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꿈을 안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사람도 있다.
꿈을 파는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한숨에 저려진 얼굴을 하고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라며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혹시나 해서 로또를 샀는데, 역시나 하며 허탈하게 웃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 로또가 무엇이 길래 우리의 얼굴을 울고 웃게 할까?
우리 가게에는 장날이면 어김없이 오시는 단골손님 한 분이 계신다.
눈빛은 갓난아기 같고, 낮은 목소리의 소유자이신 할머니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십리도 넘는 길을 걸어서 로또가 아닌 롯데를 사러 오시는데, 처음에는
주택복권 한 장 사 가시더니 어디서 로또를 들으셨는지 "새댁 롯데 어떻게 하는 거유? "
"아~로또 말씀 이십니까? 이 종이에 번호 6개 골라서 표시하면 되는데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럼 당첨은 어떻게 되는 건지...“ 꼬치꼬치 캐 물으셨다.
‘할머니께서 고른 번호 중에 당첨번호 3개가 맞으면 5등에 당첨되고요, 4등은 4개 맞아야 하는데요.
그리고 1등 되려면 6개 전부 맞아야 해요.’하며 게임방법을 차근차근 설명드렸더니
할머니 대뜸 하시는 말씀
"6개 숫자가 다 맞으면 벼락부자가 되나요." 하신다.
할머니의 순수한 모습에 웃으며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고독과 외로움을 바람에 실어 보낸 듯 활짝 웃으신다.
매번 로또라고 말해도 "새댁 롯데 주세요." 하며
꿈을 가득 안고 들어오시는 할머니
비뚤비뚤 표기한 슬립 종이 와 꼬깃꼬깃 할머니 쌈짓돈 천원으로 오늘도 행복한 꿈을 사 가신다.
‘이제 병들고 늙은 나, 욕심 부린다고 추하게 보지 말아요.' 하시는 할머니의
마음속에는 애절한 그리움이 숨어 있었다.
사업실패로 칠 년 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이 보고 싶어
롯데를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오실 때마다
작은 희망을 안고 돌아가시는 무거운 걸음을 지켜보기가 힘든 적 많았지만, 자굴산정기를 받아
의령에도 로또 1등이 나왔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내게도 생겼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할머니 모습을 뵈면서
‘기다리는 것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지 않는다고 느낄 뿐 인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가슴속에 있는 아들이 꼭 돌아오기를 꿈꾸며
오랜 허기 끝에 먹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의 고마움처럼, 로또로 인해
할머니의 꿈꾸는 희망이 돌아올 수 있기를, 그리고 손등에 살갗이 터지고 등이 휘어진
할머니 얼굴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검버섯이, 환하게 웃는 붉은 장미처럼 눈부신 유월에는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새우처럼 굽은 할머니 등 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고 도는 한세상 행복한 바람 한 줄기 불어왔으면 좋겠다.
2005 . 6 .13
이미순
모내기철 때맞추어 내린 단비였지만, 간밤에는 참 요란스럽게도 비가 내렸다.
비온 뒤라 공원 저편에서 물기 먹은 진초록이 한껏 빛을 뽐내며 신이 났고, 나뭇잎사귀들의 소리에
가게 문을 활짝 열어보니, 참으로 청명한 파란 하늘이 내 마음의 창까지 활짝 열어 준다.
세찬 빗줄기는 오늘처럼 화창한 맵시를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사람의 얼굴은 참 다양하다.
환하게 미소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꿈을 안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사람도 있다.
꿈을 파는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한숨에 저려진 얼굴을 하고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라며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혹시나 해서 로또를 샀는데, 역시나 하며 허탈하게 웃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 로또가 무엇이 길래 우리의 얼굴을 울고 웃게 할까?
우리 가게에는 장날이면 어김없이 오시는 단골손님 한 분이 계신다.
눈빛은 갓난아기 같고, 낮은 목소리의 소유자이신 할머니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십리도 넘는 길을 걸어서 로또가 아닌 롯데를 사러 오시는데, 처음에는
주택복권 한 장 사 가시더니 어디서 로또를 들으셨는지 "새댁 롯데 어떻게 하는 거유? "
"아~로또 말씀 이십니까? 이 종이에 번호 6개 골라서 표시하면 되는데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럼 당첨은 어떻게 되는 건지...“ 꼬치꼬치 캐 물으셨다.
‘할머니께서 고른 번호 중에 당첨번호 3개가 맞으면 5등에 당첨되고요, 4등은 4개 맞아야 하는데요.
그리고 1등 되려면 6개 전부 맞아야 해요.’하며 게임방법을 차근차근 설명드렸더니
할머니 대뜸 하시는 말씀
"6개 숫자가 다 맞으면 벼락부자가 되나요." 하신다.
할머니의 순수한 모습에 웃으며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고독과 외로움을 바람에 실어 보낸 듯 활짝 웃으신다.
매번 로또라고 말해도 "새댁 롯데 주세요." 하며
꿈을 가득 안고 들어오시는 할머니
비뚤비뚤 표기한 슬립 종이 와 꼬깃꼬깃 할머니 쌈짓돈 천원으로 오늘도 행복한 꿈을 사 가신다.
‘이제 병들고 늙은 나, 욕심 부린다고 추하게 보지 말아요.' 하시는 할머니의
마음속에는 애절한 그리움이 숨어 있었다.
사업실패로 칠 년 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이 보고 싶어
롯데를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오실 때마다
작은 희망을 안고 돌아가시는 무거운 걸음을 지켜보기가 힘든 적 많았지만, 자굴산정기를 받아
의령에도 로또 1등이 나왔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내게도 생겼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할머니 모습을 뵈면서
‘기다리는 것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지 않는다고 느낄 뿐 인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가슴속에 있는 아들이 꼭 돌아오기를 꿈꾸며
오랜 허기 끝에 먹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의 고마움처럼, 로또로 인해
할머니의 꿈꾸는 희망이 돌아올 수 있기를, 그리고 손등에 살갗이 터지고 등이 휘어진
할머니 얼굴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검버섯이, 환하게 웃는 붉은 장미처럼 눈부신 유월에는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새우처럼 굽은 할머니 등 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고 도는 한세상 행복한 바람 한 줄기 불어왔으면 좋겠다.
2005 . 6 .13
추천46
댓글목록
지은숙님의 댓글
지은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미순 시인님 글 잘 읽고 들어 갑니다 자주 뵙기를 바래요~~~^*^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미순 시인님의 고운 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글 잘 보고갑니다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웃 사랑, 행복 방긋.
-할머니 얼굴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검버섯이, 환하게 웃는 붉은 장미처럼 눈부신 유월에는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이 새우처럼 굽은 할머니 등 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고 도는 한세상 행복한 바람 한 줄기 불어왔으면 좋겠다.-
진한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 시인님의 글 읽고 갑니다.....반갑고 감사 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