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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여섯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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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1,175회 작성일 2008-02-24 12:59

본문

여든 여섯 해


                                                                                    이 월란



이젠
그녀의 이름보다, 수액이 다 흘러내려 쪼그라든 그녀의 키보다
여든 여섯이라는 숫자가 그녀의 모든 신상기록을 대변해 주게 된 지금
버려진 이력서같은 그녀의 구겨진 몸뚱이가 침대 위에 엎드러져 있었다
장성같은 아들이 넷이나 되어도
그들을 위해 평생을 허리 굽혀 밥을 지었던 그녀의 휘어진 등을
어느 한 아들도 펴줄 순 없단다

그녀의 부고장이 당장 날아들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늙어버린 두 자리 숫자
이제 남겨진 모퉁이 하나 마저 돌면 절벽같은 미말의 휘장
그녀는 이제 정신이 먼저 놓아버린 목숨을 배로 기어 건널 것이다
피안의 담장 너머로 버려져도 억울타 할 수도 없는 여든 여섯 해
그녀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고된 발목을 내리고
질긴 육신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깔끔했던 그녀는 치매에 걸려서도 실수할까 늘 두려워 온종일 보챈단다
<오줌 마려워요, 저 좀 데려다 주세요. 녜?>
양반댁 규수시절의 연분홍 아씨로 돌아가 버린 것일까
그녀의 말투는 시종일관 고운 존대말이다

덧없는 세상이 더욱 덧없어 마음이 먼저 떠나가버린 그녀의 작고 둥근 몸은
만지면 오그라드는 쥐며느리같다
강보에 싸여 그대로 늙어버린 아기같다
그녀의 딸이 볼을 비벼주며 <엄마, 이쁜 시계도 찼네? 지금 몇 시야?> 물으니
<녜, 7시 5분이에요> 하신다
첫사랑과의 약속 시간이었을까, 어미의 자궁같은 고국을 훨훨 떠나온 시간이었을까
주저 없이 대답하던 그 7시 5분이란 시각은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작은 몸을 쓰다듬고
마디 굵은 그녀의 목질같은 두 손을 꼭 잡았다 놓고
값싼 눈물 몇 방울 떨어뜨려 두고 집으로 오는 길
버텨낼 수 없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저 질긴 목숨의 길
그녀의 목소리가 자꾸만 따라온다

<오줌이 마려워요. 눈물이 마려워요...>
                                                       
                                                                                      2008-02-23
추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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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윤석님의 댓글

고윤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글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세월 앞에 인생은 허무하지요
타국에서 열심히 사세요..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구요..좋은 휴일 되세요..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마디로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인생이 너무도 허망합니다.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병이 있다면 치매가 그 첫번째가 아닐까 합니다.
오줌이 마려워요, 눈물이 마려워요의 결구가 너무 가슴 아립니다. 

정유성님의 댓글

정유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뒤에 따라오는 목소리는 아마도 시인님도 늙어 세월의 허망함을 짊어질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희 외할배는 천태종 스님이셨는데, 83세 생신 3일 후 잠들면서 돌아가셨습니다. 아픔 없이 잠깐 깨셔서
<강아지들 밥 챙겨라!>가 유언이셨죠. 체질적 편식과 건강한 생각들이면 치매도 내과적 병도 없이 건강하게
잠들면서 죽는다는 것을 외할배에게 배웠습니다. 시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시인님은 꼭 아름답게 세상을 돌아가실 겁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겁니다.^^*

박효찬님의 댓글

박효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약간에 침애. 불편해지는 몸
활동이 거북해져서 아들 넷을 길려는데도
큰집으로 가시질 못하고 딸네 집으로 가신다는 걸
억지을 부리다시피하여 저희 집으로 얼마전 오신 시어머님과 어쩜 닮은 이야기일까?
시어머님을 모셔오면서 모든 제사와 그외 집안에 대소사을 한꺼번에 안았다.
단지 나도 늙을 것이며 내 딸이 내 며느리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이었을것입니다.
시인님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하는 길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타국에서 마음의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힘내세요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녜, 7시 5분이에요~~~~
나의 시간은 몇시에 머물러 있을까라는
시상하나 떠올립니다.
6시 10분~
얽힌 사연 하나 떠 올리며
기차역과 같이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수 많은 사연 안고 떠나는 기차소리에
하늘만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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