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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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월란
언제부터였을까
노인성 백내장으로 한쪽으로만 보시던 내 아버지
버릇처럼 한쪽 손으로 회백색으로 흐려진 수정체를 가리시곤
뗏다 붙였다 뗏다 붙였다
<한쪽으론 정확한 거리측정이 역시 불가능해>
사물을 재어보시곤 하시던 내 아버지
저만치 슬픔이 아른거리며 다가올 때나
이만치 눈물겨움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쪽 눈을 가렸다 뗏다 거리측정을 한다
명절이면 표준말을 쓰는 곱상한 남매를 데리고 손님처럼 묵고가던
내 아버지 쏙 빼닮은 배다른 오빠가 문득 고향처럼 보고파질 때
나도 한쪽 손을 올렸다 내렸다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가까운 것들과 먼 것들이 늘 뒤섞여 있던 내 아버지의 시야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간다
알뜰히 물려주고 가신, 미워할 수 없는 불손한 유전자를 너머
<나는 당신의 딸입니다> 지령받은 사랑의 형질로
너무 멀어 그리워만지는 것들을
너무 가까워 안일해만지는 것들을
나도 한번씩 내 아버지의 거리측정법으로 파악해 보는 습관
아른아른 멀어진 걸어온 지난 길들은
생의 압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푸르스름한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집을 지어버린 나의 착시였을까
2008-03-05
댓글목록
정유성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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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쏙 빼닮은 배다른 오빠가 문득 고향처럼 보고파질 때
나도 한쪽 손을 올렸다 내렸다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아른아른 멀어진 걸어온 지난 길들은
생의 압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푸르스름한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집을 지어버린 나의 착시였을까>
흔들리는 집...?
어떤 인연의 고리가 고리가 되어
다시 맺히게 되고, 흔들리는 정이 되며 미움이 되는 인연.
아픔이 느껴집니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의 바람에
흔들리는 가냘픈 갈대와도 같은...
하지만 그런 아픔이 있기에 시인님의 감성과 감각의 개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어려서 아픔이 많았지요.
한 아이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큰 편애...
그래서 생긴 자연과의 대화가
지금의 감성과 감각이 되었나 봅니다.
시인님, 지금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 사랑과 존경이 연속되는
집에 사시는 것 아닌가요?
전 그렇게 보여요.
되새김은 조금만 하시고
사랑하는, 존경하는 남편과
길벗이 되는 토끼같은 자녀와 행복의 시간을 조금더 많이 가지심이...
그러고 계심을 알면서도, 내심 샘이 나서요.ㅎㅎㅎ^^*
저를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글 뵙고 갑니다.^^*
고윤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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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 "숫저운" 말씀 감사합니다..하마터면 실수할 뻔 했어요..글 잘 읽었습니다..
시인님 멋진 하루 보내세요..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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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흔들리면 큰일인데....^^^
사랑하는, 존경하는 남편과
길벗이 되는 토끼같은 자녀와 행복의 시간을 보내는 집인데...
주신글 일고 또 읽어 시인님의 깊은뜻 해아리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장대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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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압력에 비틀거리는 시력에 지나온 길들을
뒤돌아 보며 애써 살펴 보려는 시인의 염정이 아름답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작은 우주가 흔들리는 착시를 겪는가 봅니다.
김순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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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집속에서 꽉 붙잡은 마음은
아픈 파편들이 성숙하여
이제는 보고 싶은 그리운 것들로
머무르는 순간이 되시기를 ....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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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맞춘 눈동자에 어른거린 흔들리는 집이 비쳐옵니다.
흔들리는 집은 움직임을 멈추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기만
합니다. `흔들리는 집`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