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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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774회 작성일 2014-02-21 16:08본문
<화장장에서>
김혜련
자고로 겨울은 꽁꽁 얼어야 제 맛이다
증축 중인 시립화장장은 부끄럼을 잊어버린 작부처럼
붉은 속살을 훤히 드러내며 벌렁벌렁 엉덩이를 흔든다.
머리카락 질끈 묶고 뒤돌아 서 있는 남자처럼
도무지 말이 없는 몇 구의 무덤들
심드렁한 뒤통수로 묵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누군가 마른버짐 가득한 손바닥으로 유리문을 민다
진눈깨비가 내리고 꽁꽁 언 공기가
참았던 울음을 급기야 터트리고 만다
가슴에 숨겨놓은 숱한 애증의 세월
하나도 꺼내지 못했는데
이승과 저승 사이
얼굴 마주할 수 없는 회한이 흐르고
인연이라는 이름의 새가 옷을 벗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당신이 미처 꺼내지 못한 유언을 나는 해석할 수 없다
녹으면서도 얼어붙는 진눈깨비 속에 내 몸을 맡기고 운다
마스크 쓴 표정 없는 화부들이
타다 만 뼈를 추스르며 눈빛을 교환할 때
거짓말처럼 당신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고개만 주억거리며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겨울은 자고로 꽁꽁 얼어야 제 값을 한다
연화당 굴뚝에선 희부연 깃털이 쉼없이 날아가고
진눈깨비는 녹으면서 얼어붙는 역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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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한 이를 말없이 보냈군요
약 1000도의 화염속에서도 묵묵히 말이 없든 이들
살은 수분으로 날아가고 타다 남은 하얀 뼈도
한줌의 흙으로 자연 속에 묻히는 것이지요, 본향으로 말입니다
누구나 한번은 하늘과의 약속을 이행하며,
세상과의 인연을 맺었다 가는 것이지요
-예전 화장장 설계를 하다 보일러 속에 누워 있는 이들을 보고
명복 빌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는 항상 머리위에
죽음을 얹어 놓고
그아래 살고 있습니다
태어남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것이
자연의 이치 입니다
모든 만물이 오면 갑니다
그향기 발자취는 남겨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