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의 쓸쓸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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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공원 한구석
빛바랜 긴 의자에
청춘을 소진한 핏기 없는
주름으로 얽은 한 늙은이를 본다.
지팡이 걸음 멈추고
지는 해 바라보며
의자에 등을 펴고
풀린 눈으로 세월을 셈질하고 있다.
긴 한숨 낮은 기침소리가
자주 어깨를 들어올린다.
꽉쥔 보물보따리 하나
야윈 보따리가 바람에 귀를 세우고
등돌린 휴지통엔
버려진 빈깡통들이 고개를 내밀고
저편 언덕엔 桃李花(복숭아꽃)가 흩날리는 늦은 오후
엉클어진 흰머리 뒤로
멀리 보이는 빌딩의 하체가 잘려있고
높이 솟은 교회당의 십자가 불빛이 선명해진다.
가로수 가지들이 길바닥에 느러져
흔들리는 나뭇잎이 노파의 발끝에 닿아있다.
어느새
차들이 尾燈(미등)켜고 달리고 있다.
어둠이 걸어온 길
팔십 평생 인생살이 보따리 등에 지고
고달픈 하루 해를 입으로 삼키면서
말 없이 불빛을 헤치고 절면서 간다.
‘늙고 병든 몸은 눈 먼 새도 안 앉는다’더만,
그래서인가
아무도 앉지 않은 자리.
『나라 상감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는 우리 속담은
먼 이야기로만 들리고
그를 보고, 나를 보고,……
내가 그가 되어
흐르는 눈물 머금고 먼 훗날을 그려본다.
●詩作 노트 : 해저문 오후 의지할 곳 없어보이는 한 노파의 초라한 모습에서
아름답고 꽃답던 청춘은 어디로 가고 늘그막에, 저렇게.....
이는 우리 모두의 늙음을 보는 듯하다.
댓글목록
김상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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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정 행복한 사람은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고 이를 환히 맞이하는
사람입니다. 낙화 같은 또는 낙엽 같은 우리네 마지막 生에 있어서...
이 화사한 봄날에 늦가을 바람이 스쳐 가는군요.
차연석 선생님, 강건하소서.
김춘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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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언젠가는 똑같은 낙엽처럼 멀리 떠날길인데요.
사는 동안 쓸쓸하지 않게
친구도 사귀고, 자신의 취미도 열심히 하면 더 외롭지 않을까 합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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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뵙고 갑니다..늘 건필 하시길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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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찡합니다.
저도 그길이 곧 다가오는데.
아름다운 황혼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머물다 갑니다. 건필 하소서......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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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파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은
범과 이리떼가 득시글거리는 야생의 들판 같겠지요?
차연석 시인님, 좋습니다.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봅니다. ^^
최수룡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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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상감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는 우리 속담은
먼 이야기로만 들리고
그를 보고, 나를 보고,……
내가 그가 되어
흐르는 눈물 머금고 먼 훗날을 그려본다.
먼 훗날의 자화상으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 시대의 삶의 고통을 통감하면서 많은 것을 느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