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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낙엽 편지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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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053회 작성일 2008-10-22 12:26

본문

새벽 바람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니
은행잎이 비와 함께 떨어진다.
달리는 골목길
검은 물체 두 사람
걸어오는 것 같지만
걸어가고 있다.
다가오지 못해 떠나가는 사람
스치면 그만일 뿐
우리는 언제나 이 가을
만남을 위해 헤어짐을 위하여
걸어가고 있다.
대교(大橋) 위 철로(鐵路) 달리는
불 꺼진 지하철 안
손잡이는 흔들리고
강가 어둠은 강기슭에 숨어들어
찾아오지 않는 발걸음 기다리지 않는다.
가을바람에 날려 조각나지 않은 낙엽이
동네 작은 우체국 앞
우체통에 쌓인다.
어둠 속에 결코 우체통 입구를 열지 않는
빨간 물체이기에
낙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걸어가지도 않는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손잡이 잡는 힘으로
낙엽을 주어모아 손에 힘을 준다.
안에 갇힌 어둠에 놀라 바삭 부서지는 소리
낙엽은 소리 내고 내리는 비를 닮았다.
우체통 입구로 안을 들여다보니
가을 낙엽은 없고 온통 텅 비어있다.
낙엽 쌓인 주위로
편견을 버린 사람이 걸어가고
신선한 바람 타고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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