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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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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638회 작성일 2015-08-20 22:35

본문

오래된 에어컨
 
                                              김혜련
 
왕진가방을 든 의사가 수차례 다녀갔다
작년 여름만 해도 무려 네 차례
올 때마다 살얼음 같은 녀석의 목숨줄
잇기 위해 의사는 땀목욕을 했다
네 번째 방문했을 때 그 입 무거운 의사는
어렵게 입을 열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모님, 이젠 맘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제가 꺼져가는 목숨줄 간신히 이어놓긴 했지만
올여름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탄력 넘치는 심장으로 냉장수박보다
시원한 여름을 선물하던 고품격의 녀석이
세월 그 집요한 입김 앞에서는
해소기침 심한 노인처럼 여름 내내 쿨럭거린다
심상마사지도 하고 고농축 영양제를 투여해 봐도
그럴수록 동료인 오래된 세탁기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를 흉내 내며 괴로워한다
각이 제대로 잡혀 당당하던 어깨는
활력 넘치던 기억조차 모조리 지운 채
치매노인으로 생을 마감하려 하는가
구취 가득한 입으로 침을 흘리고
망가진 배설기관으로 대소변을 흘린다
나는 왕진의사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녀석의 몸을 뜨겁게 안아보는데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는 것은 녀석이 단순한 타인이 아닌
내 몸 속으로 걸어 들어온 자화상이기 때문일까?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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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월의 고래심줄 앞에 어느 누가 그 올가미를 풀어 헤칠 수 있으련지... 
시원한 바람은 커녕 뜨거운 기침만 뱉어내는 노후 에어콘
사물을 빗대어 인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세월의 시간에 끌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습니다 김석범시인님! 항상 시감상을 잘해주시는 시인님을 본받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no_profile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것은 애초에 무에서 시작하였지요
생겨난 모든것은 무에서 무로 돌아감이 원리 입니다
사람 또한 그러하지만 모든 물체 또한 그러하지요
생로병사의원리가 에어컨에도....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 잘 보고 갑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경숙 님, 고맙습니다. 너무 늦게 인사를 드리는군요. 여름도 끝나가고 가을의 문턱에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덥지요. 이곳 남도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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