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나간 아버지 팔과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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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지상과 멀어져 하늘로 올라간
사람 개미처럼 보이는 상공에 비는 뿌리지 않고
햇빛이 눈부시게 뿌렸다.
뿌리 있는 나무 비와 햇빛 바라고 서있는 날
비가 내리면 햇빛은 보이지 않을 뿐
햇빛 내리쬐면 비는 하늘 높은 곳에 숨어 숨 헐떡거린다.
아버지는 아들 먼저 보내기 안쓰러워 두 팔로
맑은 정신 할 수 없이 놓기 전 감싸 안아 가슴에 품는다.
말하지 못하는 대신에 팔이 떨어져 나간 자리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숨을 거두었다.
아들은 아버지 보다 당연히 오래 살 수 있었는데
아버지 보다 먼저도 아닌 함께 아버지 품에서 잠들었다.
말 배우기 전 떠나간 아이 입 자리에 피어난
눈물 꽃 그 이름은 누하화(淚河花)
멀리도 떨어져 있지 않는 아버지 옆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어머니
가는 팔이 길 다면 여윈 다리 쭉 뻗어 아이에게
닿을 수 있다면 누하화 품에 안아 감싸고 푼 어머니
그렇게 보내려면 아들 낳지 않을
말 없는 어머니 옆에 두 눈 감고 먼 이국 산 속에
내려앉은 천사에게 개미는 다가간다.
죽음 있는 나라에 살아 숨쉬는 것조차 두려워 말고
다가선 춥지 않는 더움의 바람에 나뭇잎 흐느껴 울었다.
아버지 떨어져 나간 팔 아들에게 이어지지 못하는 아픔
하늘에서는 오지 않는 비 뿌린다.
긴 줄 일렬로 걸어가는 개미 행렬에 이탈한 개미 한 마리
질질 오줌 뿌리고 사람이 먹다만 사과 구멍 속이
훤히 보이는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누구에게도 찾아 갈 수 있는 것들 보이지 않는
선택의 끝머리에 매달려 다가온 죽음
어찌할 봐 몰라 몸부림쳐도 하늘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비 멈춘 이국의 산언덕 신의 빛 내리쬐는 사과 구멍에서
나온 개미는 떨어져 나간 아버지 팔이 멈춘 아이의 눈앞에
멈춰서 하늘 원망하고 대지 한탄하지만
아버지 팔은 어깨에 이어지지 못한다.
죽음은 그렇게 먼 이국땅에서 펼쳐져 흰 구름 타고
이리고 오는데 마중 나오는 개미는 한 마리도 없다.
댓글목록
이월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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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내는 자식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아플 것 같습니다.
부모는 선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나요.
경험이 없더라도 부모라면 누구나 짐작이 가고도 남는 아픔입니다.
방정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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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하화'의 전설인가요? 아님 설마 진짜 선생님의 경험은 아니시죠? 그렇다면 정말 뭐라고 말씀을 올려야 할지....가슴아픈 일이네요...;; ㅜㅜ 그것도 먼 이국땅에서 먼저 보낸 자식이라면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가슴 아픈, 그러나 가슴 뭉클한 시 잘 봤습니다!
방정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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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보디아 사건의 뒷이야기이시군요..
시인은 때론 객체(세계)의 자아화-주로 소설에서 많이 쓰는 것인데-를 잘 다루어야 좋은 시인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고 다시 읽으니 가슴에 더 와 닿네요...^^
좋은 시 잘 봤습니다. ^^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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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간의 애처러운 이별
가슴이저려오는것 같습니다
Alas,,,,아,아 슬프도다[alas the day!]
감사합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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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의 글에서 삶의 애잔함을 느낍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