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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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박물관
김혜련
날마다 출근을 하기 위해
들여다보는 거울
정확히 말하면 화장을 하기 위해
들여다보는 거울
더 정확히 말하면
화장을 하고 출근을 하기 위해
들여다보는 거울
아니 출근을 하기 위해 화장을 하며
들여다보는 거울
그 녀석이 어느 해 3월
주인인 나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먼지박물관이란 이름으로 개관식을 했나 봐요
어둠, 시간, 햇빛, 바람 등 명함만 내밀어도 알만한
거물급 귀빈들을 초대해 놓고
나름 화려한 개관식을 한 모양이에요
밀려오는 배신감이 홍수에 떠밀려 온
냉장고의 속마음보다 더 참담하더군요
내장이 다 터져 나온 듯한 수치심
그런 류의 감정을 당신은 짐작이나 할까요
늑골 사이로 새어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누르며
복수하듯 걸레질을 했어요
근데 웬걸요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뼈 있는 먼지, 뼈조차 녹아버린 먼지
보라색 먼지, 은회색 먼지
누런 먼지, 뾰사시한 먼지까지
보란 듯이 공들여 전시해뒀더군요
결국 을에 불과한 저는 갑인 녀석을 위해
밤새 먼지박물관이라는 문패를 만들기 위해
동화책에서 본 부엉이 흉내를 내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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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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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얀 거울에 묻은 먼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 법이지요
그 많은 먼지를 내면의 잡념으로 바라보는 인생 박물관을 유추해 봅니다
수없이 올라오는 마음의 티끌 ...
닦고 닦아도 쉴 새 없이 치미는 번뇌 같은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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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님, 많은 먼지를 내면의 잡념으로 바라보는 인생박물관을 유추하셨다니 김석범 님은 천상 시인의 서정을 지니신 분이군요. 존경합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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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게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제가 먼지에 불과 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면의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 앞에 머물다 갑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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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련 시인님 주신글에 머물렀습니다
늘 메시지에 감사드립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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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님, 금동건 님, 반갑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나마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어 고맙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