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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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김혜련
음습한 밤의 옆구리를 갉아먹으며 사는
죽을 때까지 노숙자로 살아야하는
내가 누군지 당신은 알까요?
누가 내 집을 빼앗아 간 걸까요?
내가 내 발로 그 안락한 집을 박차고
가출이라는 걸 감행할 만큼
그렇게 어리석은 놈은 아니잖아요.
한때는 내게도 조상님이 물려 준
커다란 유리창이 태양과 손잡고 반짝이던
값나가는 저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조상 대대로 대물림 된 주색잡기로
하룻밤 새 집을 날린 걸까요?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도무지 기억이 안 나요
아직도 술이 안 깼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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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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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고생인줄 알면서
설마 의도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박차진 않았겠지요
석가의 이탈을 보십시요 한때 왕자 자리를
버리고 자신을 찾고자 보리수 나무밑에서 진리의 깨달음을
고맙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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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있는 달팽이와 민달팽이,
마치 육신과 영혼을 비유한 듯
자연이 사물를 통해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는 깊은 뜻이 있는 것이지요
벗어진 나의 모습과 육신의 갈등을 바라보는 내면의 글로 이해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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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님, 김석범 님, 시를 보는 안목이 참으로 높은 듯하여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