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1월호 발표작 <엄니의 부지깽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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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의 부지깽이
조소영
나물 부지깽이만 부지깽이가 아님을 안다
한 시절 훈육의 연장이면서 엄니의 한풀이를 듣고
부엌살림과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이목이었다는 것을 안다
가마솥에 밥을 지을 수 있음도
삭정이도 아닌 몸으로
불에 데는 아픔을 견뎌야만 했던 몸이었다는 것을
불을 살리고 죽이기를
불 조절을 전담했던 몸이었다는 것을 안다
밥 끓어 넘치고 뜸 드는 소리에 가슴 달그닥거렸던 시절,
소죽 끓는 애달픈 노랫가락이 스민 지휘자,
피카소가 되기도 했다는 것을
때론, 지나는 이에 이정표 수신호가 되어
그때의 어르신의 흐뭇함으로 기억한다
눈코 뜰 새 없던 추수의 계절,
순돌이도 덩달아 뛰고
콩 털던 그가 도리깨질로 바빴다는 것을 안다
묵을 쑤고 쩡쩡 얼어붙은 겨울 엿을 고고
음력 섣달그믐, 명절 준비로 처마 끝까지도 바빴을 시절
안 쓰는 방에 군불을 지피고
뒤란, 솥뚜껑에 누름적 부칠 때도
얼마나 분주했을지 엄니의 머리에 쓴 하얀 수건이
그을린 기록으로 말해주듯 그를 보다 검게 탔을 엄니의
속과 애씀이 분신처럼 닮아있음을 느낀다
어느새 새해의 해는 정지문 앞에 와 있고
그 시절 아궁이는 활활 그리움으로 타고 있는데
엄니의 부지깽이는 약해질 때로 약해진
내 영혼에 종아리를 철썩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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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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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계실때에는 항상 저희곁에 머물 줄 알았지요
떠나보면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또한 엄니의 후예들인걸요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조소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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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선생님
댓글 감사드려요
더운날 건강하세요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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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파고를 견뎌낸 지팡이처럼, 점점 짧아만 지는 부찌갱이의 추억이
어머니의 주름진 생으로 가득 담겼네요. 엄니의 머리에 쓴 하얀 수건이 해질녘이면
검게 그을린 부뚜막과 그 막대기처럼 하루의 생으로 기록되는 것이지요
지난 시절,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소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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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선생님
멋진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