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보온밭솥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권영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979회 작성일 2006-10-12 12:40

본문

보온밥솥


하루해가 서쪽으로 고단한 등 돌릴 때
오늘도 어김없이 삐걱거리는 나사 빠진
뼈마디를 추스르며 옷깃을 세운다
어금니 지그시 깨문 대문은
입술을 열지 않았고 아내는 오늘도
손끝 차가운 공장에서 오도도 떨며
불빛을 부둥켜안고 있는 모양이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한숨은
퀭한 눈으로 낯설지 않은 비밀번호를 퉁긴다
어둠을 삼키던 늙은 불빛이 힘없이 끔벅인다

아내가 곱게 단장한 밥상이
수줍은 면사포를 던지며
허둥지둥 허기진 배로 달려온다
이 빠진 밥그릇은 물오른 시장기를 참지 못하고
낡은 보온밥솥으로 향한다
지독한 관절염에 걸린 뚜껑은
심한 통증을 느끼며
속내를 허옇게 드러내 놓는다
메밀꽃 같은 엷은 수증기를 토하던 보온밥솥으로
토실토실한 당신의 세월이 모여 있었다

순간 올라오는 울컥 임

그을린 살 속으로 해거름 들어서도
숨 돌릴 틈조차 없던 당신 모습이
노을에 주름깊이 새겨진 세월로
수척한 등살 넘어 붉은 눈물 한 줌으로 스친다

지난밤 두런대는 빗소리에,
서슬 퍼런 바람소리에,
굼틀대는 씨앗들의 아우성에,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당신보다, 나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던 씨앗들의 삶
그런 당신에 뒷모습을 야속하리만큼 싫어했다

나는 보았다
빗줄기가 톱날처럼
당신에 어깨 죽지에 박히는 것을
항상 지친 살갗을 긴장감으로 세워놓고 사셨던 生

웅크린 고통의 무게가
홀 이불 타듯 불티처럼 날아간 횅한 들판
인생 끝자락에 매달린 앙칼진 붉은 씨앗이 밥솥에서 흔들린다
한 움 큼 쥐어 든 애절한 삶이 하얗게 부서진다.
토실토실한 밥풀 속으로 풀어놓으신 생을 씹는다
소슬 거리던 날숨은 터지고
눈물 한점 빈 그릇 위로 내려앉는다

당신은 저만큼 물러앉아 언제나 나를 보고 있다.


추천5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권영국 시인님 오랜만입니다. 바쁘신 일에 업무도 겹치신다는 말에..언제고 한가하시면 모지 빈여백 오시라 했는데. 이제 오셨군요. 도장 꼭 찍었으니. 오시는대 게을리 하지 마시고 자주자주 뵙길 바랍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51건 455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3291 김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0 2019-08-23 3
3290 김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0 2019-12-01 2
3289 박안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0 2020-08-03 1
3288
산책로에서 4 댓글+ 7
강현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06-02-17 1
3287
만추 댓글+ 6
오형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06-11-26 0
3286
소나기 댓글+ 10
장윤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06-11-28 1
3285
군고구마 댓글+ 5
강현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07-12-24 5
3284
해바라기 당신 댓글+ 1
김원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19-07-21 3
3283 조현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18-06-22 0
3282 김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19-09-17 3
3281 권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19-09-22 3
3280 하종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20-02-20 1
3279
진도의 봄 댓글+ 2
조소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2020-04-08 1
3278 서봉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6-03-13 1
3277 목원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6-08-22 0
3276 목원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6-10-13 0
3275
황금들판 댓글+ 1
朴明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6-10-17 7
3274
둥지 댓글+ 2
장찬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7-08-24 0
3273
고요한 가을밤 댓글+ 5
장윤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7-11-09 5
3272
새벽은 오는가 댓글+ 5
전 * 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7-12-05 6
3271 김하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8-02-18 2
3270 목원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8-02-28 5
3269
가슴 없다 댓글+ 4
고윤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08-03-11 4
3268
태풍의 언덕 댓글+ 3
최해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2016-04-21 0
3267 목원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06-03-23 0
3266
누군가 댓글+ 3
하홍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06-04-17 11
3265
필연 댓글+ 6
오순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07-09-15 0
3264
달맞이꽃 댓글+ 5
이광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07-09-19 1
3263
하늘 댓글+ 3
정유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08-02-15 3
3262
시인의 눈 댓글+ 5
정유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08-02-17 5
3261
겨울 추상화 댓글+ 3
임원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16-02-26 0
3260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16-05-23 0
3259 김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19-09-26 2
3258 김원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20-06-12 1
3257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23-04-29 0
3256 no_profile 시사문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2023-12-29 0
3255
여명의 눈동자 댓글+ 4
오형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2006-05-06 5
3254
네가 부처다 댓글+ 11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2006-06-27 0
3253
어머니의 신음 댓글+ 11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2006-07-13 0
3252
잃어버린 날개 댓글+ 11
한미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2006-08-15 1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