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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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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권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973회 작성일 2020-02-26 18:44

본문


[ 기다리는 계절 ]

 

연일

뉴스에 질려 산행에 나섰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길을

맑은 의식만 데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의식 있는 나랑 혼자 걸으니

무섭거나 외롭지도 않아

 

햇살이 등을 밀며 점점

더 깊은 가슴골로 길을 연다

 

나를 에워 싼 옷 벗은 나무들

시위하듯 발아래 쌓인 낙엽들을

측은히 내려다보고 있다

 

계절마다 인간을 봐온 날들

가까이 부모와 친척 그리고 예전의 이웃들

 

모르는 새

상여 소리꾼들도 모두 돌아가 버렸다

 

당면 숙제만 다하고

무정히 도제도 없이 갔다

 

 

이제 가는 자 남는 자 달래줄

소리꾼도 없다

 

스스로 노래 부르며 회색빛 건물 모퉁이를

어설프게 돌다 떠나야 한다

 

숲속엔 간간이 나뭇가지 사이를

이모새만 퍼득인다

 

날으는 이모새의 가벼움처럼

모르는 불안도 일찍 내려놓으면 가볍겠지

 

웃을 일도 웃었고 계절 두루 돌아 향기 새겼거늘

가자는 기저질환도 달래 살고 있는 터

 

먼 이웃들이 돌아간 인근의 자연 속에 서서

나는 새들을 본다

 

전혀 희망없어 뵈는 길 옆 부엽토에

반쯤 몸 숨긴 두꺼운 껍질의 도토리도

계절의 점령군을 기다리는 데

 

내 녹슨 숨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파란 하늘가에 나를 세우면

 

깊은 가슴속 샘에선 아직도

나풀나풀 사람의 향기가 난다

 

 

언제나 산에 오르고 내리면 가벼워지는 의식은

내편처럼 봄 이련가 겨울이련가

 

이 순간도 계절은 가며

아지랑이가 아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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