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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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현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405회 작성일 2005-10-22 10:54본문
산책로에서 2 / 강현태 스산한 가을 아침 숲 속 산책길을 빠져나와 그리 깊지 않은 산골짝 두 셋 마지기 되는 한 배미 끝물의 채소밭 언저리 동강이 각목에 베니어합판 쪼가리를 서투른 구성의 모자이크처럼 붙여 맞춘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랄 수 없는 찌부러지고 덕지덕지 누추하기 이를 데 없는 판잣집 앞에 걸음을 멈춘다 누가 호젓한 이곳에서 무슨 희망으로 살다 어떻게 떠나간 것일까 주위에 어지럽게 늘려진 잡동사니 물건들이 빈 집임을 알리고 집 바짝 옆으로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반생쯤 삶을 살다 말라 죽은 얼굴의 아카시나무 한 그루가 생사고락을 함께했을 적 을씨년스러웠을 삶의 발자취를 말해 주는 듯 흉물로 서 있다 그에게도 순수하고 젖은 감정은 있었나보다 사방이 산야인 자연 속 그대로이지만 무슨 의미에서인지 집 조붓한 앞면에 눈에 띄게 걸어 둔 싸구려 한 점 풍경화 액자에서 일순 가슴속에 연민의 정이 일어나고 이세상 사람들이 떠메고 가는 삶이 각양각색 저마다 다른 모습이겠지만 누구든 지향 하는 정서는 사뭇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참 아래로 아침 찬 공기를 가르며 훤칠히 잘 생긴 몇 필의 말이 소위 자본가라는 사람을 등에 태우고 아랑곳없이 골짜기 안을 따라 난 길로 앞만 보고 따그닥따그닥 발굽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도 달린다 어느새 그야말로 새파란 동천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일상의 수업 시간 시작을 알리는 태양이 눈부시게 떠오른다 # 사진(글의 제재가 된 집): 가을날 아침결 산책길에 담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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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님의 댓글
박정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동. 또 빚을 진 마음으로...시구(詩丘)를 내려간다...강현태 시인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