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갈증(消渴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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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엄윤성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8건 조회 1,761회 작성일 2008-06-17 22:19본문
소갈증(消渴症)
세상에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들고
조짐의 이상함이 그 위를 덮어갈 때
한 사내가 가시관을 쓰고
열십자 이상한 나무를 메고
골고다란 언덕을 죽을힘을 다해서 오르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선 피가 흘렀고
그 피가 흘러 땅에까지 스며들고
생채기엔 초파리 잡 벌레
다 달라붙어 그의 피를 빨고
몽매한 로마군처럼 눈앞의 탐식에만 어두워있었을 때
“나는 목이 마르다...”
그는 이렇게 말을 하며
갈증을 호소했었다
마지막이란 공포는 그에게도 있어서
전지전능
유일존재의 유일아들이었음에도 두려움은 있어서
그 사내는 그때 그렇게도 목이 말랐었던가
하지만 현재의 나도 목이 마르다
그를 기억해 목이 마름보다
내 생활에 힘겨워서 나는 지금 목이 마르다
그는 두려움으로 목이 말랐으나
나는 욕심으로 인해 목이 마르다
인간은 다 같은 존재로 상하구별 없고
귀천 구별 있을 리 없고
聖體 貧體 구별 없을 것이나
그러나 그 구별은 언제나 존재하였고
묵시적 暗約 속에
그것은 언제나 그렇게 존재해와 세상을 더럽혔던 것인데
두려움도 욕심으로
성체의 그것이 빈체의 그것으로 변하였을 뿐
구별세상에서의 목마름은
이렇게 해서 극에 달하고 만 것이다
그는 갔어도 세상은 그를 기억하나
안타깝게도 그의 목마름만은 기억하지 못하고
이 목마른 날 나만 홀로 그것을 기억함이니
이 소갈증의 원인은 과연 그 때문인가
골고다를 눈앞에 그리며 그의 마지막을 더듬는다
“제가 정말로 당신의 아들입니까...”
이 절규로 흐른 눈물이 그의 갈증을 도왔지만
결국 그는 그렇게 갔고
지금 이 賤體의 고민도 한 가지여서
과연 이 목마름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아, 골고다여
과연, 유일존재의 아들이시여
제가 지금 이렇게 간곡히 여쭙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편적 종교의 삼위일체에 성체와 성혈이 성령의 힘으로 이밤 혀의 불꽃되어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갈증` 잘 감상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인수님의 댓글
지인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저 역시 경험 해봄직한 감정 이겠지만
시인님 처럼 멀리 높은곳을 쳐다보는 안목 없었음에
얼굴 붉히고 갑니다.
김효태님의 댓글
김효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시인님의 목마름!
모든사람들이 격어가면서도 자신을 뒤돌아보는
병든 마음의 갈증을 방치하는지 모르겠지요?
성삼위일체(성부. 성자. 성령) 처럼 성체의 신비는 곧
부활을 생각 하기때문이겠지요.
시인님의 소갈증은 현대인이 가장 고민해야할
덕목인지도 모르겠군요.
깊은 진리에 사색하면서 마음에 묻고 갑니다.
건안하시고 가정의 평화가 있으시길.... 대전에서 기원합니다.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깊은 진리에
감동 받고 많이 느끼고 갑니다
건승을 빕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분은 두려움때문에 느낀 소갈증인데
나는 욕심때문에 느끼게 되는 증상이라 해석하여
자아성찰의 잣대를 들이 댄 시심 잘 감상했습니다.
욕심은 결국 두려움을 낳겠군요.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순섭 선생님, 여전히 감사드립니다. 저도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어쩌다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인수 선생님, 뜻 깊은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평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효태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종교인 다운 분이 아니신가 생각하는데,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허혜자 선생님, 역시 다시 찾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시인 님의 고운 글 언제나 잘 뵙고 있습니다.
장대연 선생님, 요즘은 조금 뜸하신 것 같던데, 다시 가슴 깊은 감동의 글들 보여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기태님의 댓글
윤기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네 삶에 적당한 욕심은 필요 하겠지요.
그러나 과욕은 항상 우리를 괴롭히지요
수덕사 방장 원담 스님 말씀이 생각 나네요
無慾大安 지키기란 쉽지는 않겠지만
사는동안 노력은 해야할것 같습니다.
건안 하십시요.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윤기태 선생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더 배운 것 같아 머리가 숙여집니다.
사업 번창하시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