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암소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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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방정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376회 작성일 2008-07-23 00:25본문
저녁 어스름을 먹으며 나타나는 암소는
검다
세상이 온통 검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검어진 세상에는 구멍이 없어
암소는 숨을 쉴 수가 없다
날카롭게 빛났던 한낮의 밝음이
자신의 몸을 베어 암소에게 내어주면
비로소 세상은 고요한 검은 허공을 만들고
암소는 작고 긴 숨으로 세상을 비운다
허여히 검어진 세상에 검은 암소를 타고
남은 세상 내가 쉴 곳을 찾아보지만
내가 왔던 그 곳은 이미 가득 차 있고
내가 머물 이 곳엔 마음 하나 흘러가지 못하니
가난하고 또 가난해져 갈 곳 조차 잃어버리면
오직 나는 나로 인한 나를 허공에 태워버릴 것이다
검은 암소의 울음소리가 길을 형성하고
막혔던 생의 자궁에 맑은 물소리 흘러가니
다하지 못한 내 삶의 시간은
흘러 비워서 갈 곳을 지워버린다
검은 암소를 타고
길고 오래된 천지 속으로 들어간다
아침이 되어도 세상은
검다, 그윽하게!
댓글목록
장운기님의 댓글
장운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검은 하늘을 뒤집어 쓰고 소몰이하던 어린시절에 찌저지게 가난한 세월을 원망조차 못했던
나의 어린시절은 어느순간 지나가 버리고 "허여히 검어진 세상에 검은 암소를 타고" 세상을 둘러보고싶습니다...
방정민 시인님! 덕분에 검은세상 구경하고 쉬어봅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이 되어도 세상은
검다, 그윽하게!'
표현이 그윽해서 더 맘이 아파지는 詩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도 날이 많이 무더울 것 같습니다.
힘찬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고 긴 숨으로 세상을 비우는 검은 암소.
그 암소를 타고 흘러간 세월이 결코 짧지 않건만
아침이 되어도 검은 자국 지워내지 못한 세상일 뿐이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록 지금은 온 세상이 검고 힌 구멍하나 없을지 모르다,,,,
검은 암소를 계속 타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작은 구멍사이로
빛이 새어들어 볼못터지듯 밝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방정민 시인님의 작품에 머물며 중식시간의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감사히 잘 감상하였습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검은 암소와 생의 자락에 묻어난 무게의 흔적이 생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 합니다.
`검은 암소를 타고` 잘 감상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좋은 글
잘 감상하고
느끼고 갑니다
건안 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