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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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안재동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4건 조회 1,456회 작성일 2005-10-24 20:23본문
* 이 가을에 너는 * / 안재동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지만
너는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가을이 짙어갈 때면 늘
불그스레한 단풍잎에
살로메에게 보낸 릴케의
연시 한 수를 우표삼아 붙여
갈바람에 띄워 전하고 싶다.
황금빛 들녘이
노을로 붉게 타오르면
단걸음에
치자나무 서 있는 쪽으로 난
네 방 창문 앞으로 달려가
목청 높은 풀벌레가 되거나
청아한 가을 하늘의
쪽빛 구름으로 떠돌다
스잔한 바람에 밀려
들길을 지나가는 너의 옷깃이나
스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을새 날개짓에 놀라 떨어지는
떡갈나무 갈색 잎새들은
오래도록 너에게 전하지 못한
내 시린 마음의 부스러기.
햇살 부신 아침이면
심장을 갓 박차고 나간 선혈처럼
솟구치는 그리움이
저녁이면
소금에 저려진 고등어처럼
정맥을 타고 되돌아온다.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기에
내가 너에게서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기에
내가 너에게
마음을 보내고 싶은
그런 가을이다.
여느 때처럼
나는 오늘밤도 창문 활짝 열고
농익은 단풍잎을 스친
빛깔 고운 바람에 가슴 설레며
새하얀 종이에
너에게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지만
너는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가을이 짙어갈 때면 늘
불그스레한 단풍잎에
살로메에게 보낸 릴케의
연시 한 수를 우표삼아 붙여
갈바람에 띄워 전하고 싶다.
황금빛 들녘이
노을로 붉게 타오르면
단걸음에
치자나무 서 있는 쪽으로 난
네 방 창문 앞으로 달려가
목청 높은 풀벌레가 되거나
청아한 가을 하늘의
쪽빛 구름으로 떠돌다
스잔한 바람에 밀려
들길을 지나가는 너의 옷깃이나
스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을새 날개짓에 놀라 떨어지는
떡갈나무 갈색 잎새들은
오래도록 너에게 전하지 못한
내 시린 마음의 부스러기.
햇살 부신 아침이면
심장을 갓 박차고 나간 선혈처럼
솟구치는 그리움이
저녁이면
소금에 저려진 고등어처럼
정맥을 타고 되돌아온다.
나는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니기에
내가 너에게서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기에
내가 너에게
마음을 보내고 싶은
그런 가을이다.
여느 때처럼
나는 오늘밤도 창문 활짝 열고
농익은 단풍잎을 스친
빛깔 고운 바람에 가슴 설레며
새하얀 종이에
너에게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추천7
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재동 시인님, 정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님의 시를 읽으니 이 가을,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가을새 날개짓에 놀라 떨어지는
떡갈나무 갈색 잎새들은
오래도록 너에게 전하지 못한
내 시린 마음의 부스러기.'
깊고 푸른 님의 시심이 지나 온 가을을 다시 되돌아 보게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시, 자주, 많이 올려 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주옥 같은 시, 잘 읽었습니다. ^.~**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히 머물며 숙연해 지는 마음을 안고 물러 갑니다.
선생님의 시심을 뵈올 수 있어 행복합니다.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가을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안재동 시인님,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아름다운 시 잘 감상하고 머물다 갑니다. 건안 하세요~!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옥 같은 글
읽는 마음이 뿌듯 합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