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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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현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361회 작성일 2005-11-02 15:18본문
# 사진(산국): 2005.10.30 아침 담음.
어머니 생각 4 / 강현태
오른쪽 조금 높이
크고 작은 독들이 놓여 있는 장독간이 있고
왼쪽으로는
어머니께서 건너 마을에서 가져와
꺾꽃이 하였다는 국화가
노오란 빛깔 꽃을 활짝 피운 화단
그 가운데
생전 익숙한 솜씨의 아버지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고향집 정방형(正方形) 우물가
어머니께 올릴 아침 국거리용
영계 한 마리를 장만코자
먼저
한 뼘 반 넓이 두 뼘 길이 나무 도마를 깨끗이 한 다음
부엌칼을 찾아
엄지 끝마디 안쪽으로 날을 쓸어 본다
누가 있어
부엌 세간 어느 하나 손을 볼 수 있었으랴
무딜대로 무디어진 칼날을
숫돌에 여남은 차례 밀었다 당겼다 하며 갈아
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검정색 플라스틱 손잡이와
칼 뿌리에 덕지덕지 묵은 때를
어릴 적 자주 보아왔던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볏짚 수세미에 센 흙을 세제(洗劑)로 삼아
숯검정 양은 솥을 닦듯 벗겨낸다
이미 털이 뽑히고 내장이 버려진
비교적 깨끗한 통째의 닭이지만
내 방식대로 그래도 몇 번 더
갓 길은 샘물에 헹궈 핏물을 뺀다
전체 양(量)을 나눠 반(半)으로 하되
날갯죽지와 몸통은 잘게 토막 내
오늘 아침 나랑 마주할 조반상에 올리고
두 다리샅과 가슴패기에 붙은 살코기만을 바른
반은 다시 세 등분(等分)하여 썰고 썰어
내 없을 적
어머니 혼자 쉽게 끓여 드시게 할 미립으로
하얀 비니루 봉지에 따로 담아 둔다
어머니께서 손수 메주를 빚어 담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껍질 벗긴 무를 칼로 내려 삐쳐 썰어 넣고
마지막으로
칼자루 끝으로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양념을 쳐 끓이면 조리가 끝나는 닭국
모자간(母子間) 각 대접에 국 한가득
마주하며 밥과 말아 훌렁 비우는
그 모습이 참으로 뿌듯하게 느껴진다
내 떠나올 적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오셔
먼 길에 노잣돈 떨어졌을 거라고
배추잎 색깔 지폐 두어 장을 쥐어 주려 하시고
병원에 들러 혈압이라도 자주 재어 보라는 말씀
두 귀에 못 박힐 정도로 일러 주시는 어머니
두 팔 벌려 덥석 당신을 안고 선 잠시 동안
내 가슴속엔 불현듯
한줄기 뭉클한 감정이 용암처럼 솟아 오른다
아, 고마운 울 어머니
단 하루
당신을 걱정하지 않은 날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은 날 없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꼭 현태(現態)의 그대로나마
이 자식과 이 세상에서
더 함께 하시길 소망합니다
추천7
댓글목록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금도 전 울 엄마가 해주시던 닭도리탕이 젤 맛있어요.
강현태 선생님 노오란 산국이 정말 이뿌네요^^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닭요리 속에도 어머님은 살아 계셨습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현태 시인님, 어머니의 사랑에 머물다 갑니다.
산국이 싱그럽듯 어머님의 향도 싱그러울 것 같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강현태님의 댓글
강현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맘 나눠주신 세 분 시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쓸 때 아름다운 맘결로
더더욱 행복한 삶을 이룩하시길 빕니다.
참 고맙습니다.
김상우님의 댓글
김상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를 생각하심에 무슨 수사적 기교나 세련됨이 필요하리오.
어머니를 사랑하시는, 있는 그대로의 소박하고 뜨거운 성정의 표현에
감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