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묵혜 오형록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자꾸 숨이 멎을 것만 같아요
저녁에 먹은 음식물이
목구멍에 걸려있는 것 같아요
세상의 종말이 오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가슴이 아픈 이유가 무엇일까요
머리 한편이 기억을 거부하는 날
다하지 못한 숙제를 남긴 것처럼
안주하지 못한 가을이
속절없이 자정으로 달릴 때
또다시 심통이 전신으로 매파를 띄우니
인정없이 파고든 갈퀴
피와 눈물은 찬 서리로 쌓여
가슴 한편을 유린하니
너무 아프고 시린 밤
뇌리를 스치는 따끈한 커피 한 잔
미치도록 그리운 사람과
마주보며 정다운 눈빛으로
카푸치노 향기에 흠뻑 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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