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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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를 보며
도정/오영근
낮 달이 저무는 들녁
버드나무 가지에 걸렸다.
밭떼기로 팔려나간 채소 밭
갈가마귀 밭 고랑을 헤집고
노파는 까마귀 등가죽같은 옷으로
가문 논바닥처럼
늙은 무 시래기를 엮는다.
아직은 사지가 멀쩡한데
빈 손 놓고 있으면
어느 놈이 밥을 주나 떡을 주나
작년 그러께 추곡수매대금도
아직 못 갚았는데
쌀 풍년이면 쌀값 똥값
무 풍년이면 채소 값 똥값
조선 무 밑둥같이 키운 자식들
밭떼기로 도시에 나가고
촌 무지랭이 시퍼렇든 청춘
시래기처럼 엮어
경로당에 매 달았다.
팔려나간 밭고랑에는
버려진 청춘같은
푸른 시래기만 낭자하다
2005.11.
* 작년 그러께 : 작년 재작년 (경기 사투리)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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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러께....사투리가 구수 합니다. 농심의 마음도 이만큼 구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미안 할 뿐 입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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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농산물도 시래기가 되버린 농민의 마음, 그 마음 달래줄사람 누군가요?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선생님 글을 뵈니 저희 친정 엄마가 겨울이며 해주신 씨래기 국이 생각나요!
오영근 선생님 날씨가 많이 차요. 행복한 주말 보내시어요^^
하명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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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나간 밭고랑에는 /버려진 청춘같은/푸른 시래기만 낭자하다.......젊은 날 한때는 그 풋풋한 에너지가 넘치던 통배추이던 내 배춧잎들을 모두 뜯어 말아쥐고 흘러가버린 세월.....에 눈흘기며 뒹구는 내 육체적인 푸른시래기! 그래도 푸른곳엔 비타민이 많이 남아있기에.......늙은 무 시래기를 엮는다.....처럼 정신적인 젊은 시 시래기 엮을렵니다.
윤해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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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근 시인님, 건안 하시져?
두번 째 와서 읽는 시. 깊이와 감동이 다릅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한참을 머물게 하는군요.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문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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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오늘의 시골을 적나라하게 노래한 시인님의 시어 속에 빛나는
보석들이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운글 주셔서
달라져야하는 우리들의 슬픈 에고만 가득한 세상...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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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기구한 삶과
점차 피폐해가는 농촌의 현실이 대비되면서
환유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군요. ^^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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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드립니다....따스한 겨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