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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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숙
관촌에서 임실까지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10분 남짓한 길에서 매일 만나는 들꽃이 있다. 소금을 뿌려놓은 듯 들녘을 하얗게 수놓고 있는 꽃, 오가는 행인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만으로도 잡초라고 부르기엔 너무 정겨운 들꽃이다. 북미에서 귀화한 두해살이풀인 그는 우리 산하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이름이 정작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또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기도하다. 한때는 옥수수 밭에서, 한때는 콩밭에서, 한때는 감자밭에서 5남매 자식들의 먹을 양식을 만들고 학비를 만들어내던 비탈진 밭에서 한 평생 김을 매시던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망초가 밭에 자라면 농사를 망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게야 . 망초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하에 들어갔던 구한말에 유독 많이 피었다고도 하고. 나라가 망할 때 여기저기서 많이 피어났다고 해서 망초가 되었다는 설도 있고.” 구릿빛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어머니는 망초를 소가죽 손으로 한 웅큼 뽑아 밭 가상으로 휙 던져버리신다. ‘외세에 대한 배척감이 반영된 이름은 아니었을까?’ 말씀 중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고개를 끄덕여 본다. 있는 듯 없는 듯 농부들의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 생을 끈길기게 군락을 이뤄가며 피어나는 망초 꽃은 어쩌면 우리 민초들의 삶 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망초가 한낱 잡초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초봄에 여린 잎은 데쳐서 나물로 무쳐먹기도 했고 민간요법으로 소화가 잘 안 될 때 어머니께서는 단방 약으로 달여서 우리에게 먹였던 기억도 있다. 또한 어릴 적 소꿉놀이에서 단골 메뉴로 밥상 위에 올려졌던 꽃이기도 하다 .망초 꽃을 따서 납작한 돌 위에 올려놓으면 그럴듯한 계란후라이 한 접시가 완성되기도 했다.노란 통꽃은 노른자이고 하얀 혀 꽃은 흰자위 같아 어릴 때는 망초라는 이름보다는 계란 꽃으로 알고 지냈다.
요즘은, 휴 농경지가 늘면서 들녘 어디를 가 봐도 망초 꽃은 걱정 없이 번식하고 꽃을 피우며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곡식들이 자라나야 할 옥토에 잡초들만 무성히 자라나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다. 워낙 번식력이 좋아서 농부들의 골치 덩어리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추억을 반추하고 향수를 날라다 주는 정겨운 꽃이라 더 망초 꽃을 좋아한다. 온갖 정성을 다해 인위적으로 가꾸어 화려함으로 피워내는 뜨락의 꽃 보다는 자연이 키우고 자연이 가꾸어내는 그 순수함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고 더 애착이 가는 건 나이 탓일까 . 아니면, 그 모진 생명력으로 번식하고 피워내는 야생화의 습성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아무려면 어떠랴.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송이한테 반해서 날마다 기분 좋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일 아닌가?
꽃 이름답지 않게 꽃말은 '화해' 라고 한다.오늘도 나는, 뒤안길에서 조용히 피어도 온갖 핏 박을 피할 길 없었던 잡초 ,그래서 후미진 도랑에서부터 피어나던 꽃이 이제는 곡식이 자라야 할 밭에서도, 벼가 무럭무럭 자라야 할 논배미에도 군락을 이루고 당당하게 피어나는 망초 꽃을 만났다. 꽃말처럼 인간과도 오랜 다툼 끝에 화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직불제니 뭐니 해서 아예 농사를 포기한 채 잡초에게 농토를 빌려준 농부들의 마음도 헤아려본다. 아직은 활짝 꽃망울을 터트리고 그 자태를 뽐낸들 관심 주는 이보다는 눈총을 주는 쪽이 더 많지만, 그래도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며, 초겨울까지 무서리 내리는 황량한 들판을 지켜주는 추억이 있는 꽃이 나는 좋다.
그래서 아마, 여름 날, 망초 꽃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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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외롭지 않는 이유가 있었내요
주신글 뵙고 갑니다
김화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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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렇군요..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수 있었던 꽃이였는데
그꽃이름은 망초요, 꽃말은 화해군요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해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朴明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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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에 여린 잎은 데쳐서 나물로 무쳐먹기도 했고 민간요법으로 소화가 잘 안 될 때 어머니께서는 단방 약으로 달여서 우리에게 먹였던 기억도 있다.
식용
약용
관상용
그리고 김영숙 작가님의
詩題
아름답습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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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동시인님의 시를 접하면서
삶의 의미를 한번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이제는 팬이 되었답니다
김화순시인님
어느꽃에서나 피어나지만 아무렇게 살지않은 들꽃들을
사랑합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그리고 박명춘시인님 제가 며칠 전 시인님의 사진을
좀 가져다 썼어요^^* 허락도없이 대신
시인님의 작품이라고 밝혔는데 용서해주실거지요^^^
목원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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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草꽃이라 해도 좋을 듯한
예쁜 모습이며 사진으로만 보기엔
들꽃 들국화라고 까지 부르기 쉬운 화상입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유입된 민들레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목제유입시 홀씨가 같이 붙어온 것이라 합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김상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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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임실인가봅니다. 지명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임실!
사람들의 관심속에 잊혀져가는 무명초...
보는이의 마음따라 더욱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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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진시인님 실제 꽃크기는 세끼손톱만하지요.
김상중시인님 고향은 강원도 정선이구요
현재 임실에서 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