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예민한 시간들

                         조 현 동

사랑하는 내 아들의

입대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침착을 가장한 엄마들의 불안과

지극한 예민함은 극에 달해 가고 있다

사랑하는 내 손자의

입대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담담함을 가장한 할머니들의 불안과

지극한 예민함은 더 극을 향해 가고 있다

사랑하는 내 남동생의

입대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담대함을 가장한 누나들의 불안과 지극한 예민함은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로

그 정점을 향해 치달아 가고 있다

아빠와 할아버지와 형과 남동생과 여동생들은

엄마와 할머니와 누나와 언니들의

그 지독하게도 예민한 날끝의 예봉들을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면서

숨 한번 제대로 쉬고 살기조차 힘들다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면서

어서 빨리 입대 날짜가 지나가고

어서 빨리 휴가 날짜도 지나가고

어서 빨리 제대 날짜도 지나가기만을

이 모든 날짜들이 제발 무사히 무사히 잘 지나가기만을

세상의 그 모든

아빠와 할아버지와 형과 남동생과 여동생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 말과 글로서는

그 감정과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내기가 너무너무 힘든

이토록 지극히 예민한 시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