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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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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194회 작성일 2013-11-20 16:34

본문

<수필>  팔팔의 두 얼굴
 
김혜련
 
   2013330일 토요일, 그녀는 가녀린 몸으로 내 어깨를 감싸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김 선생, 그리 아파하지 말고 수술해요. 우리 며느리도 어깨가 아파서 고생하다가 수술했는데 요새는 살 것 같다고 합디다.”
   팔마문학회 3월 정기모임을 그녀의 집에서 하던 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다 어깨를 두드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사연을 묻더니 친정어머니처럼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와 감싸 안아 주었다. 사실 나는 지난 1년 반 가량을 어깨 통증으로 심신이 위축되고 삶의 질이 떨어진 상태로 살고 있다. 물론 병원 치료를 받고 있긴 하나 그다지 효과는 없다. 병원에서 수술을 권한 것이 꽤 오래 되었지만 한사코 수술을 거부하고 기나긴 통증을 감수하고 있는 내 자신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답답하긴 하다. 나는 수술이 무섭다. 몇 년 전에 여섯 시간에 걸친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기에 내게 수술은 공포에 가깝다. 날마다 어깨 통증 때문에 입술을 깨물면서도 수술을 거부하고 있는 내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며 어깨를 토닥여 주는 그녀의 손길에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 했다.
   “김 선생, 일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몸이요. 그걸 잊으면 안돼요.”
   그랬다. 그녀의 말은 친정어머니의 그것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딴 것 다 필요 읍따. 니 몸부터 챙그라잉. 니만 보먼 짠해 죽것다.”
   날마다 직장 일, 가사 일 등으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느라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는 나를 보고 친정어머니는 울먹이곤 했다. 친정어머니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설움에 복받쳐 쏟아질 듯한 눈물을 삼키느라 애를 쓰곤 했는데 그날 그녀의 포옹과 살가운 한 마디가 나를 또 그렇게 만들었다.
   그녀 윤광진! 나에게 그녀는 정 많고 따뜻하다는 점에서 친정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내게는 두 분의 어머니가 계시다. 오직 딸의 건강과 행복만 걱정하는 친정어머니와 자신의 아들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시어머니가 그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어머니의 연세가 88세로 윤광진 여사와 동갑이다. 그래서인지 윤 여사를 볼 때마다 시어머니를 떠올리며 비교 아닌 비교를 하며 시어머니가 윤 여사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두 사람 다 나이는 같은데 어쩌면 그리도 다를까? 윤 여사는 곱고 교양이 있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며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제도권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평생 일만 하다 한이 맺히고 심신이 모두 늙고 병이 든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로 교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이해하고 따듯하게 사랑해주기보다 뭔가 항상 못마땅해 하며 윽박지르고 야단치기가 다반사이다. 티끌 한 점 없는 고운 시를 써서 수줍게 낭송하는 윤 여사와 살림 하나 제대로 못한다고 구박하는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나는 팔팔이라는 숫자의 두 얼굴을 떠올리곤 한다. 오래 전에 쓰러져서 무려 7년 동안이나 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며 누워 지내는 시어머니와 늘 건강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시를 쓰다 당신의 정갈한 모습처럼 조용히 생을 마감한 윤 여사, 이들이 바로 팔팔의 두 얼굴이 아닌가 싶다.
   우리들 곁에 오래오래 머무를 것 같았던 만년문학소녀 윤광진 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녀의 명복을 빌어본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저 하늘 어딘가에서 지금 이 순간도 순백의 시심을 지피고 있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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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 세상을 떠난 지인의 지난 추억이 생생하게 전하여 옵니다
그 연세에 시를 창작하시는 여유와 마음은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울까요
"팔팔과 골골"의 상대어가 떠오르며 정말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금의 현실에서 절실하다는 것을 느껴봅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석범 님, 손근호 님, 반갑습니다. 저는 그 윤광진 여사님을 볼 때마다 그 분처럼 늙고 싶었습니다. 나이는 들어도 곱고 순수하고 명징한 시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작품을 쓰시던 그 열정과 아름다움이 부러웠습니다. 그토록 정정하고 건강하셨는데 너무나도 조용히 하늘나라로 가시더군요. 향년 8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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