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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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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인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470회 작성일 2020-05-05 10:45

본문

봄마지

                  김인달

굳이 이른 봄인 것은
길고 긴 동면의 지루함 때문일까

잠에서 깬 아이의 눈처럼 초롱하나
바람만 이는 들녘이 휑하여 쓸쓸한데

핏기라도 있었으면 덜 무서웠을
거친 돌무덤 사이 바짝 마른 몸으로
제 보다 큰 키들 사이 오롯이 보여 주는 이른 봄

햇살 한 입 가득 머금은 노란 웃음이
구릿빛을 띠어 동전초

작은 얼굴들이 들녁에 점점이 흩어진
매화를 닮아 점지매 되었나

저음의 굵은 바리톤 한 곡이
봄을 이르는 다섯 잎 위로 떨려올 때
너를 점지해 부르던 하늘도 작정없이 맑아버릴테니

한 줌 고난일 수 밖에 없는 역경을
차가운 머리로 수긍하였으므로
삶을 사랑하게 된 깊이 있는 관대함이 있었기에

얼어 있는 땅도
한설을 몰아 오던 바람도
발밑으로 오는 열망만은 막을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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