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페이지 정보
작성자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wo/wollonlee2.gif)
![](http://mundan.cafe24.com/gnuboard/skin/board/hp5_basic14/img/btn_email.gif)
본문
이 월란
아침에 멀쩡히 일어나 시간 맞춰 외출 준비를 끝내고
길차림 알뜰히 목적지로 갔다
가면서 보니 내가 없다 그래도 그냥 갔다
나 없이 살아온 세월이 한 두 자락이었던가
돌아오면서 보니
길섶의 꽃잎 위에도 한 줌, 파르라니
서산의 새털구름 위에도 한 줌, 사뿐히
운두 낮은 노을 위에도 한 줌, 발가니
남의 집 벤치 위에도 한 줌, 오도카니
내가 앉아 있어
사는 것이 늘
나를 두고 집을 나섰다가
그렇게 생뚱맞은 *길얼음에 한 줌씩 앉아 있는 나를 다독여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는 날들이 아니었던가
가출했다 잡혀온 나에게 *길보시같은 밥 한 그릇 퍼 주는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세월이라는 굵고 튼튼한 동아줄 하나
지붕 없는 가슴에 번리처럼 엮어 놓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1-27
* 길얼음 : 분기점, 길이 몇 갈래로 갈라진 지점
* 길보시 : 길가는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일
댓글목록
고윤석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53/5360148.gif)
삶은 튼튼한 동아줄이지만 언젠가는 풀어지고 끊어진다는게 인생사..허전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 겠지요..
시인님 좋은 하루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ks/ksusumu58.gif)
몇십 년 만에,
나의 보이지 않은
소년의 粉 靈을 찾으러 갓 것만
그 집은 나뭇조각 하나 없이 사라지어
날아간 파랑새를 그리워하는 回心이었습니다.
시인님의 고운 시<외출>를 감상하니 그런 마음이 떠오릅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ye/yeon031099.gif)
세월이라는 굵고 튼튼한 동아줄 하나
지붕 없는 가슴에 번리처럼 엮어 놓은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지요!
지나고 보면 아쉽기만한 시간들...
이월란 시인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wj/wjs2626.gif)
" 그렇게 생뚱맞은 *길얼음에 한 줌씩 앉아 있는 나를 다독여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는 날들이 아니었던가 "
ㅎㅎㅎ 그래도 찾기는 찾으셨나 봅니다.
지금도 잃어버린 나를
찾을 생각도 못하고 살고 있는데요.
사는게 그래요.
어느날 갑자기 없어진 나를 발견하고
허둥대곤 하지요.
윤시명님의 댓글
![no_profile](http://mundan.cafe24.com/gnuboard/img/no_profile.gif)
ㅎ 요즘 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잃어버리지 않게 네비라도 달아서 나를 데리고 다녀야하는 것 같아요.
없어서 찾아보면 어떤 날은 풀섶에 앉아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리움에 앉아있기도 하고 ...
김양희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sn/snfl7172.gif)
안녕하세요..? 시인님..
늘 행복하시지요..?
길섶의 꽃잎 위에도 한 줌 파르라니
서산의 새털구름 위에도 한 줌 사뿐히
운두 낮은 노을 위에도 한 줌 발가니
남의 집 벤치 위에도 한 줌 오도카니
내가 앉아 있어
고운글 감사합니다.
정유성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bc/bcrane72.gif)
저 또한 가출해 길어름에서 헤매이는 나를 느낍니다.
사랑의 추억에 잠겨 동해 화진포에 떠있는 나,
푸른학을 찾는 다는 엉뚱한 욕망에 남해 보길도를 헤매이는 나,
죽고 싶다는 절망을 안고 서해 을왕리를 떠도는 나
모두모두 다독거려 대려와 길보시같은 밥한술 떠주며
이젠 제자리로 돌아오렴 하고 이야기 하고 싶군요.^^*
깊이있는 글 새기고 갑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http://mundan.cafe24.com/gnuboard/data/member/sk/skim0924.gif)
외출로, 생의 단면을 잘 표현하셨군요.
시향이 깊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