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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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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2,380회 작성일 2012-04-24 13:42

본문

 
조심조심
 
이 순 섭 
 
머리가 무거워 올 때면 두 손으로 힘껏 목을 돌린다.
뚜뚜 득 소리 나면 좋으련만
무음의 세계에 꺾어진 목에서 피도 흐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대로 있으면 땀나지 않는 육체
먼저 땀 흘린 이마는 점점 식어가고 있다.
무좀 생긴 발뒤꿈치 자그만 원 차가운
쇠 덩이 위 올려져 열을 식히고 있다.
오늘도 빈 주머니로 가는 새벽길 아닌
그나마 기본에 기본을 더한 늦은 저녁 무렵
거부할 수 없는 몸짓으로 받을 것은 받는다.
오늘만 떠나가는 소리 들리기 시작할 무렵
언제나 한 사람으로 인해 마음은 조급해진다.
조심조심 올라가는 계단
남들이 손 닦고 버린 휴지로 또 닦아
더러움 조금이나마 없앤다.
하루 종일 닫혀있는 출입문 열어 놓아야 할 시간
00:30분
바깥바람은 들어오는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책상 스탠드 불 켜 놓고 일찍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 방
천장 불을 끈다.
조심조심
소화기 들고 내려와 화장실 문 앞에 놓는다.
언젠가 손잡이 힘주어 내려놓는 순간
바닥 뒤덮은 액체는 액체가 아닌 분말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분홍빛
양말 신지 않은 발등까지 번진 소화 분말
부자지간에 따로따로 와선 늦게 왔다 먼저 가는
아들은 집에 우선 도착할 것이다.
조심조심 건널목 건너는 고양이
달리는 차량 피해 되돌아오지 않고 그냥 건넜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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