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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듬어 안아주리라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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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376회 작성일 2006-05-23 16:09

본문

어제 늦은 오후 함께 공부하는 또 다른 여인과 일부러 귀가길에 인사동 골목에서 내렸다. 배고픔을 빙자하여 오랜만에 조랭이 떡만두국으로 인격이라 고집하고픈 배를 불리고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 핥으며 인사동 골목길을 나오다 그리 크지 않은 검둥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났다. 몸에 착 달라붙은 짧은 털코트를 걸치고 있는 강아지였다. 그렇다고 무슨 무슨 혈통이 정법한 강아지는 아니었고 혼혈인 듯한 강아지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강아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가고 있었다. 무심코 시선이 닿은 그 강아지의 다리를 헤아려보았다. 하나, 둘, 셋......

엇? 강아지 다리를 세던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의 오른쪽 다리 하나가 아예 처음부터 흔적도 없는 듯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성치 못한 몸이고보면, 찔뚝거리며 다닌다고 예서 제서 구박께나 받았을 터이고, 눈치꾸러기가 되어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힐끔힐끔 거렸을 강아지였을 텐데 어제 만난 그 강아지는 털빛은 윤기는 자르르 흐르고, 눈빛 또한 어찌나 맑던지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 강아지를 보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다리 세 개로 인사동 오후 그 사람 많은 거리를 초롱한 눈빛으로 활기차게 꼬리 치면서 거닐고 있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된 미인의 늘씬한 각선미에 쏟아지는 시선이 조금도 부러울리 없는 강아지였다. 강아지를 바라보던 사람들도 놀라 뒤로 물러서기보다는 한 발 다가가 미소 지으며, 강아지 이마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고 가다가는 이내 뒤를 돌아보며 가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컨데 분명 사람들이 건네는 눈길과 환한 미소 속에는 그 강아지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는 마음들을 담았을 것이다.

몸도 성치 않은 그 강아지를 세 발로 서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그리 밝게 키워낸 건 사실 돈도 아니요, 명예도 아닌 강아지 주인이 평소 갈고 닦은 인품이었을 것이다. 그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에 불을 당겼지만 사람 많은 거리에서 주인임을 자처하고 나선 이가 없었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굳이 주인을 찾지 않았던 이유는 강아지 주위에 사람이 많기도 하였지만, 그 보다는 강아지 주위를 빙 둘러싼 사람들 모두가 영혼이 맑은 인격을 지닌 사람들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옛말에 내 집 담에 내가 낙서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내 담에 똥칠을 한다고 했다. 내 집 강아지 내가 욕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내 강아지에게 발길질을 한다고 들었다. 어제 만난 검둥 강아지를 통해서 오늘 아침에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어떤 사물이든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선악(善惡)의 손길이 있음에 대해서 말이다.

살아가면서 가족끼리, 이웃끼리, 친구끼리 작은 사랑이라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서로서로 등 뒤에서 보듬어 안아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너와 나 우리 모두 사랑받이로서의 당당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네가 먼저 나를 안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고, 내가 먼저 다가가 보듬어 안아주리라 생각하며 식어버린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을 가볍게 넘겼다.

^^*

- 인사동에서 만난 검둥 강아지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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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로 등뒤에서 보듬어 안아줄 때,
내가 먼저 다가가 보듬어 안아줄 때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좋은 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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