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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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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2,040회 작성일 2006-12-16 19:02

본문

짙게 화장(化粧)하는 겨울
빗물받이 철망 밑바닥에 숨쉬는
먼지투성이 낙엽
국립정신병원에서 흘러들어온
고름 묻은 붕대에 감기어 숨 허덕이면
달리는 버스에서 내품는 매연
나 몰라라 버스와 함께 사라져버려
낙엽은 남몰래 흙. 먼지 삼킨다.

빗물받이 철망
모여 있길 좋아하는
함께 있으면 힘이 나는
만년 공공근로자 신씨 곡괭이에
진주조개 뚜껑 열리듯
머리 쳐들면
은마(銀馬)아파트 산다는 김씨 긴 기역자 삽으로
낙엽 긁어모아 인도 가장자리에
작은 산 만들어
보이지 않는 등산객 몰리게 만든다.

한 쪽 눈 안 보이는 조씨
국립정신병원 옆 동네에 산다는 죄로
리어카 끌게 만드는
뜨거운 포장마차 설거지 물 얼어붙는 계절
창문 마다 쇠창살이 두려워
급수시설 날아가고
하수구 숨어버린 포장마차에서
아무리 먹어도 국립정신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각
은마아파트에 불났다고 김씨는
허겁지겁 긴 기역자 삽 내팽개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간다.
조씨 리어카 바닥에
작은 산에서 옮겨온 낙엽, 거리 흙 속에 숨어있는
1원 짜리, 10원 짜리
50원 짜리, 100원 짜리, 500원 짜리 동전
버스에 오르다 내리다 동전 흘린 행인 찾으려
국립정신병원 정문 앞 지나며 소리친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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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서 회색빛 도시의 비애와 권태로운 세상을 떠나, 서민의 어려움을 보는 듯 합니다.  현대시에서 잘된 시 한편 만난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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