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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기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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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672회 작성일 2008-08-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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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기의 평화


                                                                                  이 월란
 



시간의 변두리로 빠져나온 지금은 자유시대
나를 꽁꽁 묶어 끌고 가지 못하는 시간을 먼저 달려가 뒤돌아본다
적막한 주말 오후, 여기선 시가 저절로 나오겠다며
눈을 흘기던 그녀의 질투가 묻어 있는 다이닝 키친
사방에 쳐진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면
잎새 풍성해진 나무들이 이웃집과의 펜스 위로 하늘을 가렸고
벽을 다 차지한 창은 거대한 수족관처럼 뒤뜰을 가두었다
인어의 하반신처럼 바람은 지느러미를 내어 헤엄치고
잠시 적시고 간 비냄새를 털어내느라 수초같은 가지들이 팔을 내민다
CNN에선 블랙 아메리카 라는 특집 프로그램이 두 번째로 돌아가고 있다
타고난 혹은 방치해버린 그들의 열악한 환경이 싱글맘을 화두로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화면은 그들의 스킨만큼이나 암울하다
노르끼리한 피부색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보태준 것 없이 절로 더 행복해져 있다
삶의 화면은 저리 처량해도 나뭇가지 사이로 수채화같은 하늘은
연분홍 노을옷을 갈아 입고 아무 공로 없이 행복해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한 시절의 절망이 주검꽃처럼 피었어도 사람의 갈망은
이렇게 여분의 노을빛 아래서도 한번씩 알몸을 말려 두는 것
몸의 내력을 발갛게 되짚어 보는 것
행복의 이니셜이 새겨진 이정표를 따라
붉은 열대어처럼 충혈된 눈으로도 나의 안부를 재차 물어 두는 것
내가 당도해야 하는 마디마다 팔꿈치 꺾어 내게로 향하듯
허술한 시름 사이 사이 안도의 말을 겸허히 새겨 두는 것
캄브리아기*의 노을돌*같은 기억의 바닥에서 세상을 놓아도 보고
양수에 잠긴 태아처럼 태중의 언어로 다시 배워 보는 것
시가 절로 나오지 않아도 평화가 온다
파리한 입술 벌려 태초의 언어인양 <평><화> 라고 발음 하는 순간
거대한 세상 평화가 내 속으로 겸손히 걸어 들어온다
펜스 아래 줄장미도 소리 없이 고요를 터뜨리고 있다

                                                                              2008-08-05
 


* 캄브리아-기(Cambria紀) : ꃃ〖지리〗 고생대의 첫 시대. 선캄브리아 시대와 오르도비스기의
                  사이로, 약 5억 7000만 년 전부터 5억 1000만 년 전까지의 시기이다. 껍질을 가지는
                  무척추동물이 많이 나타났다.

* 노을돌 : ꃃ『북』〖지리〗지질 시대에 살던 생물의 굳은
                껍질이나 뼈 또는 나뭇잎 같은 것의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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