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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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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631회 작성일 2014-06-15 03:00

본문

<포맷>

                                               김혜련


어둠의 하복부가 가려워

거친 바위에 피가 나도록

문질러대고 싶을 때

나라고 하는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냉정하지만 숙련된 컴퓨터기사가 되고 싶다.


세월의 이삭을 주워야 하는

가볍지 않은 나이 탓인지

턱 끝에 숨이 차듯 속도는 느려터지고

돌부리에 걸리듯 삐꺽거리는 오류는

콧등에 땀을 구르게 하는

신통한 재주까지 데리고 왔다

고지혈증 닮은 바이러스는 췌장 밑바닥까지

촘촘히 박혀 있는 붉은 장미다발을 이루고

불량 섹터는 어느 새 백팔 개를

훌쩍 넘겨 고양이 울음소리를 낸다.


어둠의 하복부가 무거워

노란 똥물까지 온 방에 가득 넘치도록

쏟아내고 싶을 때

나라고 하는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비정하지만 능숙한 컴퓨터기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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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no_profile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럴수만 있다면
저도 저의 어머니 자궁으로
다시 들어가 새롭게 태어 나고
싶습니다
깊은 글 앞에 머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감이 돼죠. 컴퓨터처럼 초기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살다보니 본의아니게 각종 바이러스, 불량섹터들이 덕지덕지 끼인 몸과 마음으로 변하였고, 중년기에 접어든 지금 포맷의 적기가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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