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수선집 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999회 작성일 2008-10-13 14:57

본문

수선집 여자


                                                                                        이월란
   



세상이 할랑할랑 놀 때마다 소방서 옆 수선집으로 간다
철거되기 위해 지은 집처럼 매일 허물어지고 있는 그 집엔
요오드 과잉의 바세도우씨병에 걸린 주인여자가 영상처럼 서 있다
지구본처럼 둥근 그녀의 얼굴 위에 나란히 선 등대처럼 튀어나온 그녀의 두 눈
썩은 장기를 잘라내고 다시 감쪽같이 꿰매어 주는 외과의사의 당당함으로
새생명을 점지해 주는 신내린 암무당의 옷맵시로
저무는 건물을 버팀목처럼 떠받치고 있다
몸이 오늘 내일 불었다 줄었다 하는 것도 아닌데
딱 맞는 옷 하나를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나는
딱 맞는 옷 하나를 만들어주지 않는 세상 속에 굳세게 서 있는
그녀 앞에서 늘 주눅이 든다
다 자란 몸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는 항간의 홈질은 땀조차 고르지 못하다
거울 없인 나의 실루엣조차 그림자로 밖에 감지 할 수 없는
나는 종종 그녀에게 뛰어 간다
그녀의 흐린 형광등 밑엔 사람들의 오류가 산더미처럼 늘 쌓여 있다
경박한 선택의 잔해들이 피란지의 홑청처럼 쌓여 있다
몸마디마다 박힐 구슬침들은 색색가지 당세기 속에 고슴돛처럼 앉아 있다
그녀가 흐린 형광등 불빛 아래 드럭드럭 재봉틀을 밟고 있을 때면
가끔씩 옆건물의 소방차가 웽웽 정신없이 달려나간다
어디선가 활활 타오르고 있을 재앙의 불길조차 이 집으로 걷어오면
결코 불붙지 않는 뜨거운 옷을 수선떨지 않고 숭덩숭덩 만들어 줄 것 같은 여자
아직도 이 땅의 장사치들은 나의 치수에 냉담하다 
자기네 치수도 모르는 판국에 남의 은밀한 치수까지 어떻게 알까만
십인십색인 이 땅엔 아직도 대, 중, 소만의 빅세일이 한창이다
옷의 인격을 존중하여 그 때 그 때 몸을 수선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지만
난 애매모호한 수치로 태어나 맘대로 진화하고 퇴화하며
변형을 시도하는, 막가는 몸뚱이일지언정 조작하긴 싫은 것
매일 탈색되고 있는 혈색마저 염색 한 방울로 은폐될 순 없잖은가 
헐렁한 세상을 또 한 뼘 조이러 간다
질질 끌리는 인연을 잘라내고 감치러 간다
어림짐작 재어보는 사지는 늘 깡똥해 휘갑쳐버린 바짓단에
죽은 버러지처럼 붙어있는 실밥을 털어내는 백미러 속
오늘도 그녀는 교교한 달빛을 뽑아 속박음질로 세상을 수선하고 있다

                                                                                    2008-10-12



추천3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의미를 음미하기 이전에
어쩜 이런 톡톡 살흔 시어를 이렇게도 많이
생각 할 수 있다는것이 그렇찮해도 노둔한 나를
주눅들게 하고, 뭐던지 수선하는
수선집 여자를 입 헤 벌리고 바라보는 바보처럼  그저 부러울 뿐.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월란 시인님.^^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460건 5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300
군중 속에서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6 2008-07-15 4
29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2008-06-23 4
298
창 밖에 꽃이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2008-07-16 4
297
세월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6 2008-10-09 4
296
저녁별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4 2008-03-26 4
295
목걸이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9 2008-06-24 4
294
폭설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2 2008-10-10 4
293
꽃, 살아있음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8 2008-06-09 4
292
투명한 거짓말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0 2008-10-12 4
291
바람서리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8 2007-07-30 4
290
날아다니는 길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4 2008-02-21 4
289
가연(佳緣)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5 2008-07-21 4
288
푸른 우체국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7 2008-07-22 3
287
탈놀이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2008-08-12 3
28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8 2008-09-07 3
285
돌부리 댓글+ 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6 2007-03-01 3
284
통성기도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4 2008-04-30 3
283
우리, 언제부터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5 2008-07-02 3
282
실종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0 2008-07-23 3
281
사랑아 1, 2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0 2007-07-13 3
28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 2008-05-29 3
27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 2008-08-16 3
278
별리(別離)동네 댓글+ 1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0 2007-02-16 3
277
간헐천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 2008-09-14 3
276
몸 푸는 사막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8 2008-08-26 3
275
가윗날 댓글+ 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2008-09-14 3
27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5 2008-05-06 3
273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0 2008-09-15 3
272
빈방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2 2008-08-03 3
271
산불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7 2008-08-28 3
270
부산여자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0 2008-08-05 3
269
미몽(迷夢)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3 2008-03-07 3
26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 2008-03-25 3
267
휴거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2008-05-13 3
266
그리움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4 2008-06-06 3
26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4 2007-02-06 3
264
그대, 시인이여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2008-02-18 3
263
여행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6 2008-03-28 3
262
나에게 말 걸기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1 2008-06-25 3
261
핏줄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1 2008-06-11 3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