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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철(電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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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373회 작성일 2006-12-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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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철(電鐵)




나는 가끔 전철을 탄다.
금요일, 송년모임에 참석했다가 교대역에서 마지막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전철을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승강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20대 중반에서 30대의 젊은 남녀가 6할 정도, 4~50대의 사람들이 4할 정도로서 대부분 남자이고, 어린 십대들이나 나이든 60대 이상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표정들이 환하고 홍조를 띄고 있다.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면서 술잔이 오고간 걸친 흔적이리라.

전철이 승강구로 들어선다. 늦은 시각이라서 그런지 군데군데 자리가 비워있다. 난 두 정거장 후 양재역에서 하차한다는 생각으로 빈자리에 앉은 채 귀가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모습들을 살피면서 이런저런 상상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맞은 편 경로석에 내 나이또래의 중년 신사 한 분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불안한 자세로 꼬박이고 앉아 있다. 벗들의 도타운 정(情)에 취했는지 아니면 살가운 사랑에 취했는지 알 수 없지만 회색도시 속의 번뇌와 속박들로부터 벗어난 그 어떤 황홀경의 세상에 노닐다 온 모습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내 앞에서 갑작스런 광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그가 전철바닥에 머리를 내려 박고 고꾸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군대에서 단체기합 벌인 원산폭격의 자세였다. 아마도 벌 받을 짓을 했는가 보다. 노란 서류봉투와 소지품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 전철 안 바닥에 흩어졌다. 그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 분을 부축하여 바로 앉히고 소지품들을 주워서 그의 품에 안겨주었다. 내가 탄 전철은 양재역 승강장에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다.

그 남자는 양재역에서 내렸다. 나도 뒤따라 내렸다. 그 남자는 내리자마자 두리번거리며 역명을 확인하는 듯 보였다. " 여긴 양재역입니다 "라고 큰소리로 일러주자 그때서야 안심이 되는지 고개를 끄떡이고는 육감에 익어있는 듯 출구를 향해 갈지자를 그리면서 사라졌다.

20여분을 걸어서 아파트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웬 남자 한분이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으로 보아서 그분도 짝수 층에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분에게 " 몇 층에 가시지요? " 라고 물었다. 내가 단추를 대신 눌러주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 8층입니다 " 그는 대답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여흥이 남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분이 좋으신 날 이군요 " 라고 난 말을 건넸다. "네, 같은 팔층에 사시는 분이시군요. 오늘은 주말이고 친구들과 한잔하는 날이었습니다. " 내가 묻지도 않는 설명을 듣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팔층에 섰고 문이 열렸다. 난 인사말을 남기고 내렸다.

어차피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만남으로서 시작되고 이별하여 귀천(歸天)으로 끝이 난다.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라는 독일의 문학자 한스 카로사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아도 그것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만유의 법칙이다. 그 어떤 것이나 그 어떤 일도 타인이 존재함으로 가능하거나 이루어질 수 있는 세상이란 이야기다.

금요일이 주말로 정착되어가면서 휴일이 늘어나고, 년 말 년 시에 들어서면서 송년회·신년회와 같은 모임이나 행사들이 많다. 그것들 역시 만남을 통하여 정과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인생사(人生事)이다. 안병욱 선생께서 쓰신 글귀가 떠오른다. 약속 지키기와 예절 지키기이다. 󰡐예절은 조용한 것이요, 교만하지 않는 것이요, 품위 있는 것이요, 질서 지키는 것이요, 친절한 것이요, 단아한 것이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요, 양보하는 행동이다.󰡑라 하셨다.

본래 우리 민족은 정(情)과 흥(興)이 많아서 함께 어우러지기를 즐긴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벗을 만나면 너도 나도 신이 난다. 술잔이 오가고 또 가고 오고하여 도끼자루야 썩든지 말든지 내가 알 바 아니고 신선이 된다. 그 순간만은 밤하늘의 달님도, 낯모르는 행인도 모두 벗이요, 연인이다.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아래 황제가 되어 갈지자걸음으로 으스대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스팔트에게 얻어맞고 전봇대에 걷어차이기도 한다. 신선도 아니면서 신선의 흉내들을 내는 것이기에 신선들이 노(怒)하여 혼을 내는 것이리라.

신선들이 노하기 전에 늦어도 마지막 전철은 타야겠다. 그것은 가족과의 무언의 약속이기에 지켜야 할 원칙이기도 하다. 마지막 전철은 정든 가족이 기다리는 행복의 나라로 달리는 열차다. 마지막 전철이 없었더라면 금요일 늦은 밤거리는 신선놀음들로 가득 메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 전철이 수많은 사람들을 금요일 밤의 요지경으로부터 건져내고 있는 것이리라. 옛날의 통행금지시간의 역할을 마지막 전철이 오늘날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그나마 나에겐 다행이다 싶다.

이제야 내가 조금 철이 드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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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병욱 선생께서 쓰신 글귀가 떠오른다. 약속 지키기와 예절 지키기이다.  '예절은 조용한 것이요, 교만하지 않는 것이요, 품위 있는 것이요, 질서 지키는 것이요, 친절한 것이요, 단아한 것이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요, 양보하는 행동이다.'라 하셨다.] 요즘, 문학아카테미를 개설하면서, 문인들의 문학적 소취와 기본적 바탕은 결국 위의 글귀가 말하는 문인다운 문인의 접근이라고 봅니다. 온라인에서 어떻게 등단을 했던간에 문인의 인격을 갖추지 못한채, 문인이라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 보면, 문학아카테미에 가든, 창작을 새롭게 배우든  그 과정을 통해서 기본적 소양을 갖춘 문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글을 읽고, 몇 자 올립니다.

최수룡님의 댓글

최수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해영 작가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지난 번에 사업상 바쁘신 중에도 보내주신 수필집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어제 술한잔 마시고 마지막 버스를 타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였는데, 동감하는 글을 읽으면서 미소를 지어 봅니다. 마지막 차가 주는 여운은 꽁공 언 귀가 길을 정감이 묻어나게 하는듯 합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하철 풍경소리 살푼 엿들은 듯 생생합니다
대중속에서 나로 이어지는 전개에 감탄입니다.
작가님 뭉클한 느낌 받앗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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