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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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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086회 작성일 2020-05-21 15:00

본문

엄마의 책

            김경희

엄마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됩니다
새벽 네시 경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고
두 손 모으고
마음을 가다듬어
누군가에게
빌고 또 빌었습니다

읽어볼 수 없어
내용을 모르는
책 한 권을 쓰고
계셨습니다

그 책의 줄거리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매일 아침
누구에게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지
기도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
말하지 않는거라
했습니다

엄마의 책은
아마도
자식 걱정으로 시작해서
자식 걱정으로 끝이 나겠지요
자식들 하나 하나
살면서 어려운 일 당할 때
엄마는 기도의 제목을
바꿔가면서
책을 써내려 갔겠죠

이번엔 누구일까요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자식들 때문에
엄마의 책은 점점
두꺼워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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