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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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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노귀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46회 작성일 2020-12-16 17:01

본문

                                  기다림


                                                                                                 노 귀 곤

기다리는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일 것이다

좋은 것이 아니면

기다릴 일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봄 되면 새싹이 여린 부리로

채 녹지 않은 땅을 헤집어

힘겹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아름답게 꽃피우고 열매 맺을

사명 같은 기다림이 있어서 일 것이다

늦가을 마지막 남은 잎새까지 스스로 지우고 마는 나목裸木

겨우내 칼바람 견디며

모질게 살아내는 것 또한

봄 오면

잎 진 자리 몰래 키운 움 틔울

환희 같은 기다림이 있어서 일 것이다

 

끊어진 인연

다시 이어질 리 없겠건만

가슴속 깊은 곳

딱지로 남아 아리어도 떼어내지 못하는 것도

기적 같은 우연을 바라는

기다림이 남아있어서 일 것이다

 

기다림이 있는 하루는

하는 모든 일이 신나고 즐거워

행복이 되고

기다림이 없는 하루는

세상 모든 것이 지루하고 무의미하여

왜 사는지만 캐묻게 되는

불행이 된다

 

기다림은 내가 사는 이유이고

살아갈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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