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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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성초
김혜련
수억만 년 전 조상님의 고향은
바닷가 마을이었다
선창가에 자욱하게 쌓여 있던
집채만 한 푸른 비린내가
흙 속에 파묻은 내 발 뒤꿈치에서조차
훅훅 스며 나온다
밤새 샤워를 하고
비누칠을 해봐도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비린내
아주 오랜 옛날
나는 물고기였다
지느러미를 하늘거리며
온 바다를 누비던 허리 유연한 물고기
등허리가 타들어가는 여름 한낮
때마침 통통하게 살 오른 햇살 한 점을
금단의 사과를 따먹듯
몰래 잘라먹은 죄
성경 한 구절 읊조리지 못한 채
끝내 용서받지 못하고
습기 찬 땅바닥으로 쫓겨났다
나는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는 액취증 환자지만
여름 한낮 습기 찬 화단에서
노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백의의 천사가 되어
어머니의 오래된 고혈압을 다스리고
아버지의 탈모증을 치료하느라
온 몸에 땀 젖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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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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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에서 물고기 비린내와 생선 썩는 냄새를 풍긴다는 어성초..!
이런 내음을 겉으로 풍기는 것이 사람에겐 약이 되나 봅니다
외모 제일이 아니라 심성 제일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곱씹어 봅니다
세상의 노래 가사와 말 속에 진리가 담겨 있다는 옛 스승의 진언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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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시인님, 안녕하세요. 요즘 순천만국가정원에 가서 어성초와 자주 만납니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어성초를 약모밀이라고 하더군요. 마치 고구마순처럼 생겼고
하얀꽃을 피우는 모습이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닙니다.잎사귀를 따서 냄새를 맡아보면
바다에서 갓잡은 생선에서 풍기는 비린내 진동합니다. 마치 전생이 물고기였다는 듯이
말입니다. 신기하기까지 하죠. 지독한 생명력도 어느 생명체 못지 않답니다.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