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안동식혜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정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3,473회 작성일 2009-04-12 10:38

본문

        안동식혜

                                  정 영 숙

  식사 후면 으레 갈색 빛 은은한 커피의 유혹. 하지만 요 며칠 그 강한 유혹도 물리치게 한 후식이 있다. 바로 친정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 싸준 안동식혜다. 아삭아삭 씹히는 무의 질감과 새콤 달콤 시원한 국물의 절묘한 조화는 커피의 유혹을 물리치고도 남는다.
  안동식혜는 추운 겨울철, 안동사람들이 즐겨먹는 별식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식혜라 하면, 흔히 음용되고 있는 백식혜를 생각할 것이다. 안동식혜는 고두밥에 무와 고춧가루, 생강즙, 엿기름물로 발효시켜 만든다. 무의 시원한 맛과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발효음식이므로 소화도 촉진 시켜준다. 무와 생강으로 인하여 몸이 찬 체질은 따뜻하게 해주고 열이 센 사람은 차갑게 해주는 성질도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건강음식이 대세인 요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료라고 생각된다.
  안동식혜의 어원을 찾아보면 예로부터 궁중음식으로 진상되어 왕의 후식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어린시절부터 즐겨먹던 음식이 임금님 후식으로까지 대접받았다고 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겨울철이면 어머니는 커다란 항아리 한가득 안동식혜를 만들었다. 완성된 식혜는 먼저 따스한 아랫목에서 발효를 시킨다. 어느 정도 발효가 끝나면, 식혜항아리를 장독대나 부엌 뒤 곁으로 옮겨두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식혜 항아리 안에는 살얼음이 살살 끼게 되고,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완성품이 된다. 그때부터 식혜항아리는 꽃이 되어, 꿀 찾아 윙윙 날아드는 벌떼를 기다리면 된다. 그 벌떼는 국자하나 대접하나 들고, 수시로 달려드는 여섯 남매다. 그러니 식혜 항아리가 바닥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얼음판에서 한나절 신나게 놀고 돌아와 퍼먹던 식혜는 어찌나 달고 시원하던지! 거기에 삶은 고구마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간식 이였다. 또 이른 저녁식사로 배가 출출해지는 밤 시간, 살얼음 둥둥 떠 있는 안동식혜를 커다란 그릇에 퍼 담아 와, 온 가족이 오순도순 나눠먹었다. 아삭아삭, 뽀사삭 뽀사삭. 얼음이랑 무가 씹히는 소리가 한겨울 밤 정적을 깬다.그 후엔 급작스런 한기를 느꼈으므로 따스한 아랫목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야 했다. 생각할수록 정겹고 그리운 시간들이다.
  설 명절이나 집안 경조사에도 안동식혜는 빠지는 법이 없었다. 어린시절 전해들은 안동식혜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타지방에서 온 귀한손님에게 안동식혜를 대접했더니, 손님이 낯을 붉히며 개죽 같다며 먹기를 꺼려했다는 것이다. 불그죽죽한 빛깔에 무와 퍼진 쌀이 껄쭉하게 혼합되어 개죽처럼 보일만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안동식혜는 안동지역 사람들에겐 유용한 음료로 사랑받아 왔고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나 역시 성인이 되어 고향을 떠나온 후, 겨울이 되면 안동식혜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때는 직접 만들기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손맛도 손맛이려니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식혜는 이미 옛날 그 맛이 아니였다. 그나마 천식이란 고질병에 걸려 찬 음식을 피하게 되면서 안동식혜는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최근 천식증상이 호전되면서 안동식혜를 다시 먹을 수 있는 기쁨을 되찾았다. 몇 년간의 공백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자꾸만 식혜항아리로 마음과 몸이 쏠린다. 어찌나 맛나게 먹었던지, 식혜의 겉모습만으로 거부반응을 보였던 아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온다. 조심스레 한 숟갈 떠서 입안으로 넣어주었더니, 녀석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 달고 시원하다며 한 숟갈 더 달란다. 거기다가 트림까지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앞으로 아들도 안동식혜 예찬가가 될 것 같다. 더불어 청량음료에 길들려진 요즘 아이들이 건강에 이롭고 맛까지 좋은 전통음료에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안동식혜 만들기에 다시 도전해 볼 작정이다. 늘 잊혀지지 않는 고향의 맛, 안동식혜.
  여러분, 살얼음 아삭아삭 씹히고 시원 달큰한 안동식혜 한 그릇 드셔 볼라니껴.
추천1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안동이시군요
식혜,  명문 사대부에서 잡수시던
그 귀한 식혜,
아름다운 글속에 맛갈스런 표현이 눈부십니다.
한사발 시원하게 마시고 싶어지네요.ㅎㅎㅎ
앞으로 좋은 글  기대됩니다.  정영숙 작가님!!

정유성님의 댓글

정유성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또 이른 저녁식사로 배가 출출해지는 밤 시간, 살얼음 둥둥 떠 있는 안동식혜를 커다란 그릇에 퍼 담아 와, 온 가족이 오순도순 나눠먹었다. 그 후엔 급작스런 한기를 느꼈으므로 따스한 아랫목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야 했다. 생각할수록 정겹고 그리운 시간들이다.>
전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산속 스님)댁에서 거이 크다시피 했었습니다.
그때 할머니께서 해주신 식혜가 눈에 선합니다.
정말 식혜 마시고 아랫목에 동생과 같이 헐덕이며 누워 장난치던 기억이 선합니다.
은은한 글 즐감하고 갑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적 세배하러가면 식해를 주시는데
너무 많이 먹어 시큼한 생트림 하던 대가
생각 납니다.
귀한 글속의 군침도는 안동식해
먹고 싶군요....
주신글 즐감하고 갑니다.

정영숙님의 댓글

정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들께서도 안동식혜를 드셔보셨군요.
주변분들 중에는 안동식혜를 모르시는 분이 더 많아서
생소해 하실 줄 알았는데...
암튼 기분 좋네요.

지인수 시인님, 혹시 안동에 가시거든
안동시내에 있는 구시장에 가시면
찜닭 골목이 있어요. 그곳에서
원조 안동찜닭의 맛을 즐길 수 있을거예요.

박영춘 시인님 의성은 안동 바로 인접 지역이라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안동식혜 잊을수없네요
12살 고향 떠나 올때까지 식혜를 먹었거든요
그때가 한겨울이였어요
등단 축하드립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49건 513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969
착각 댓글+ 11
최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2 2009-01-31 10
968 양재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2 2009-02-01 10
967
봄의 손짓 댓글+ 12
김효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5 2009-02-04 10
966 박정해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862 2009-02-05 10
965 박태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3 2009-02-05 10
964
불꽃 댓글+ 12
전 * 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0 2009-02-06 10
열람중
안동식혜 댓글+ 9
정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4 2009-04-12 10
962
안녕하세요 댓글+ 14
박은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9 2009-05-19 10
961
六 月 댓글+ 10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5 2009-06-09 10
960 no_profile 편집부-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8 2009-07-01 10
959 김민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6 2009-09-05 10
958
단풍 댓글+ 8
김순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7 2009-10-29 10
957 손종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1 2009-11-01 10
956 정재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5 2009-11-03 10
955
봉명산 망루대 댓글+ 8
윤기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4 2009-11-04 10
954
시를 쓴다는 것 댓글+ 10
김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7 2009-11-12 10
953 최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6 2009-12-08 10
952
겨울장터 5일비 댓글+ 8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4 2009-12-18 10
951
꽃시계 댓글+ 2
권명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5 2010-06-21 10
950 한미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5 2010-06-29 10
949
비오는 날 댓글+ 7
지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8 2010-07-01 10
948
장마비 댓글+ 6
김순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1 2010-07-02 10
947
春川, 댓글+ 6
이광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5 2010-08-03 10
946 no_profile 편집부-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0 2010-08-04 10
945
네모상자 댓글+ 4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2 2010-08-05 10
944
선풍기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3 2010-08-06 10
943
스무 살의 여름 댓글+ 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5 2010-08-06 10
942
친구는 그랬대 댓글+ 5
변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9 2010-08-07 10
941
이별의 시간 댓글+ 5
김남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8 2010-08-07 10
940
죽이는 만찬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9 2010-08-09 10
939
어느 날인가 댓글+ 5
전 * 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3 2010-08-13 10
938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4 2010-09-01 10
937
산과바다 댓글+ 8
윤기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3 2010-09-03 10
936
이런 날은 댓글+ 6
안효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9 2010-09-03 10
935 김남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8 2010-09-06 10
934 no_profile 편집부-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6 2010-09-07 10
933 no_profile 편집부-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6 2010-09-09 10
932
어매(6) 댓글+ 2
금동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1 2010-09-19 10
931
고갯마루 댓글+ 3
전 * 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7 2010-09-19 10
930
혼자 하는 말 댓글+ 4
김성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6 2010-09-20 1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