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소묘 ( 秋日素描 )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상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353회 작성일 2005-11-12 20:17본문
추 일 소 묘 ( 秋 日素 描 )
* 김 상우
[ 1 ]
오후시간이 비어
산행( 山行 )을 나섰다.
금병산 찾아 드는 가로( 街路 )엔
목련나무 가지마다 꽃눈을 매달고서 늘어섰다.
철모르고 매달린 가지 끝
보송보송한 꽃눈의 모습들이
강보( 襁褓 )에 싸인
갓 태어난 엄동설한의 아기 같아서
지나치는 눈길 속으로 자꾸 마음이 쓰인다.
[ 2 ]
등산로 접어들어
다문 다문한 인적의 숲을 따라 걷다가 문득
고향마을 신작로를 떠올렸다.
어느새 해발 489 고지.
풍경화가 따로 없고 신선이 부럽지 않은 풍광( 風光 )
풀려버린 다리를 바위 위에 걸치다가
몰래 피어있는 진홍빛 코스모스 한 놈 발견하고
가만히 끌어당겨 뺨에 부벼 보는데
까닭없이 번져오는 이 서러움은 또 무엇이던가.
내친김에
상수리 나무 아래 자리 한 켠 골라 누우니
바람 한 점 스칠 때마다
꿈틀대는 번뇌 위로
우수의 낙엽 한 잎씩 떨어져 내린다.
[ 3 ]
하산( 下山 )하는 길
수운교 천단( 水雲敎 天壇 ) 경내를 지나며
선혈보다도 붉게 물든 단풍나무 군락( 群落 )을 만났다.
그들은 마지막 열망까지도 미련없이 쏟아부어
뜨겁게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타오르며 흐르는 강물처럼
아, 가없이 흘러가는 인생아!
정말이지 오늘 밤엔
남루한 연륜
시간의 낙엽 긁어모아
불태우며
잊고 있었던 유서( 遺書 )라도 마저 써내려야겠다.
* 김 상우
[ 1 ]
오후시간이 비어
산행( 山行 )을 나섰다.
금병산 찾아 드는 가로( 街路 )엔
목련나무 가지마다 꽃눈을 매달고서 늘어섰다.
철모르고 매달린 가지 끝
보송보송한 꽃눈의 모습들이
강보( 襁褓 )에 싸인
갓 태어난 엄동설한의 아기 같아서
지나치는 눈길 속으로 자꾸 마음이 쓰인다.
[ 2 ]
등산로 접어들어
다문 다문한 인적의 숲을 따라 걷다가 문득
고향마을 신작로를 떠올렸다.
어느새 해발 489 고지.
풍경화가 따로 없고 신선이 부럽지 않은 풍광( 風光 )
풀려버린 다리를 바위 위에 걸치다가
몰래 피어있는 진홍빛 코스모스 한 놈 발견하고
가만히 끌어당겨 뺨에 부벼 보는데
까닭없이 번져오는 이 서러움은 또 무엇이던가.
내친김에
상수리 나무 아래 자리 한 켠 골라 누우니
바람 한 점 스칠 때마다
꿈틀대는 번뇌 위로
우수의 낙엽 한 잎씩 떨어져 내린다.
[ 3 ]
하산( 下山 )하는 길
수운교 천단( 水雲敎 天壇 ) 경내를 지나며
선혈보다도 붉게 물든 단풍나무 군락( 群落 )을 만났다.
그들은 마지막 열망까지도 미련없이 쏟아부어
뜨겁게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타오르며 흐르는 강물처럼
아, 가없이 흘러가는 인생아!
정말이지 오늘 밤엔
남루한 연륜
시간의 낙엽 긁어모아
불태우며
잊고 있었던 유서( 遺書 )라도 마저 써내려야겠다.
추천2
댓글목록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상우 시인님, 산에서 늦가을을 만나고 오셨군요.
시어 하나하나에 깊이 스민 시린 가슴이 느껴져 뜬금없이 눈물이 나려 합니다.
잊고 있었던 유서, 저도 써 볼까 합니다.
건안 하시길~!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서라 깜짝 놀랬습니다.
시간의 낙엽이라 음~ 좋은 시어입니다.
시인님께서 간직하셨던 온갖 감정과 사상 좋은 시어로 풀어 내시면 좋은 시로 남아서
후대에 길이 길이 전해질 것입니다.
건안하시고 건필하소서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조용한 시심을 뵙습니다. 지나는 계절에 순응 하는 시인의 마음에서 가을이 지나감을 뵙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상우 시인님, 이제 가을이 지나가는 게지요.
그러나 자고나면 다시 떠오르는 아침처럼 또 새봄이 오겠지요. ^^
김상우님의 댓글
김상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해자 시인님, 홍갑선 시인님, 오영근 시인님, 김태일 시인님.
편안한 보살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연말 송년모임 일정이 하나 둘 통보되는 걸 보면 벌써 겨울이 다가 설 모양입니다.
모두 강건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