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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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현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3건 조회 1,432회 작성일 2005-11-16 10:40본문
늦가을 아침 편지 / 강현태
어제 아침엔 들녘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체로 거른 듯 티 하나 없는 맑고 높푸른 하늘에
참으로 상쾌한 아침이었어요.
간밤
싸라기눈 같은 서리가 내렸었더군요.
이용원 아저씨 세 이랑 조그만 김장밭에도
산촌 가든 뒤뜰 수북이 쌓인 낙엽 위에도
밭이랑 빈자리 맨 흙 위에도...
너무 반가웠습니다.
순간 내가 마치 고향 텃밭 위에 서 있는 느낌이 들고
엊그제 찾아뵈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연이어 떠올랐습니다.
금새로 따진다면 노력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 자식 주려고 팔순이 넘은 노구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손수 마늘 농사를 짓고 계시는
내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웠던 겝니다.
오늘은
새로운 맘가짐으로 어제보단 더 일찍 집을 나와
사람들이 늘 다니는 등산로를 비켜
호젓한 산기슭을 거슬러 오르며 나홀로 숲 속을 산책했습니다.
유심한 산중
한 점 바람 없어도 나뭇잎은 그냥 떨어져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땅 위는 온통 낙엽벌판이고
산등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숲을 가득 메운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참나무, 아카시아나무,
떡갈나무, 오리나무 등
온갖 활엽수들이 연출하는 색깔의 변주가
절정에 이르러 시야를 압도했습니다.
조락의 계절인 가을,
조금은 쓸쓸한 숨결을 뒤로 미룬 채
그 끄트머리에서 숲 속에서 베풀어 지는 마지막 찬연한 향연
나는 자연이 주는 가슴 벅찬 선물을
어느 것 하나 놓칠세라 온 가슴에 품고 또 품으며
산비탈도 가벼이 하나하나 기어올랐습니다.
어느 새 산꼭대기...
산등성에 우뚝이 선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춰드는 눈부신 햇발을 보자
언제나 그랬듯 내 가슴엔 넘치는 희망과 신비스런 기쁨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저만치
이제야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내 두 눈 아래 내려다 보이는 등산로 굽이마다
늦가을 단풍 진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산뜻한 마음에
더한층 발걸음도 경쾌하게 서둘러 산을 내려갑니다.
' 네 영혼이 피로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한
어느 시인의 노랫말이 떠오릅니다.
자연을 통한 진지한 사색과 부단한 자기 성찰,
내일도 모레도...
나의 아침 산책은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처럼 쉼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움인 양 이슬방울 머금은 옥매화)
산책길 고이 담은
마냥 좋은 이 기분을 아침 햇살에 실어 그리운 당신께 드립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렇듯 자연이란 위대한 스승이 있고
내 노랫소리를 언제나 귀담아 듣고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물
소중한 당신이 있기에
* Picture: Kang Hyuntae / The Autumnal Lights Of Mountain
* Music: John Denver / Perhaps Love
댓글목록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고운글 이쁜 영상 벌써 거기엔 싸리눈 이 왔나봅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제나 고운글과 영상에 감사드리면서....
서둘러 떠나는 가을을 보는듯합니다...
전온님의 댓글
전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게으르고 시간없는 현대인의 대표로
그 아름다운 가을 산하를 두루 섭렵하시고
올려 주시니 너무너무 고맙고 황송 합니다.
건필, 건승 하소서.......
윤복림님의 댓글
윤복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름다운 영상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주 보는 정경인데도
선생님의 사진에서 보니 더욱 정겹습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제 도고산엘 다녀왔는데 아름다운 영상을 통하여 새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님의 마음을 읽는듯 합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젠 서리가 곳곳에 완연하군요 참 아름답고 슬픈 .....
저린 가슴안고 물러갑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와 사진과 정성이 가득입니다.
이 좋은 자료가 후일 시와 책으로 같이 만드심이 ...
좋은 밤되시길 바랍니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가을의 끄트머리....멋진 사진과 아름다운 글 그리고....아름다운 음악의 하모니.
편안히 쉬어갑니다
강현태 선생님 정겨움에 미소짓고갑니다,,,,늘 편안 하세요^^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옥매화의 모습에
이 가을 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 ^^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현태 시인님,
어쩜 이렇게 하나하나 아름답게 담으셨는지요.
덕분에 숲속을 거니는 마음 평화롭습니다.
강현태님의 댓글
강현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머물러 주신 동인 여러분!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가을 끝 자락...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고
좋은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차연석님의 댓글
차연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그림과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게도 하네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