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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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977회 작성일 2013-10-04 23:11본문
<2013 가을>
김혜련
내 것조차 지키지 못한 나는
죽어서도 조상님 얼굴 뵐 면목이 없어
옆구리 사이로 들어오는 시린 바람 앞에서
맨발로 서성거리네.
태초에 하늘이 하사한 그 석 달
구월 시월 십일월
대대손손 물려받아
우리 가을가문 번창했거늘
병치레 달고 살던 할아버지
노름빚 달고 살던 무능력한 아버지 덕에
노른자 땅 구월 빼앗기고
어머니 혼자 마당을 뒹굴며 통곡해도
아무 소용없었지
빼앗긴 구월을 되찾아
어머니 한 풀어주겠다고
이 악물고 밤낮으로 공부한 나
변변한 스펙 하나 없어
몇 년째 미역국만 들이키는 백수건달
어머니의 깡으로 간신히 지켜 온
시월마저 여름그룹 회장에게 넘기던 날
몸져 누워버린 어머니
마지막 남은 십일월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빼앗기지 않을 게요 어머니
이 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여 가르렁거리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는다.
댓글목록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절이 지나감은
우주 만고의 불변하는 법칙..
11월이라도
붙잡고 싶어하는 뭇 사람들
그리고 제 마음과도 같습니다 그려.
시 뵙고 갑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오영근 님, 반갑습니다. 에전에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했지요. 그런데 요즘은 지구 온난화 탓인지 여름과 겨울만 그 존재감이 극대화될 뿐 상대적으로 봄과 가을은 그 존재가 너무나도 미약해져 있습니다. 예전에 가을은 9~11월까지였으나 요즘에는 10월인 지금도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야 할 지경이니 이러다 11월도 늦여름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