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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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926회 작성일 2015-06-09 11:46본문
오래된 달력
김혜련
이제는 창고라는 말이 입에 착착 감기는
33평 아파트 작은방에서
박스째 사놓고 쓰던 염색약이 안 보여
어설픈 두더지마냥 반쯤 넋이 나간 채
온 방을 킁킁대다가
일그러진 박스 속에서 5년 동안이나
깊은 잠에 곯아떨어져 있는
오래된 달력을 훔쳐보게 되었네
2010년 간신히 병석에서 도망쳐
복직을 하고 3월 햇살에
현기증이라는 큰 상처를 입으며
조금씩 적응해 갈 무렵
아버지는 내 가슴팍에 지워지지 않는
검붉은 도장 하나 팡 찍어놓고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나셨네
미친 여자 머리카락처럼
질리도록 내리던 그 해의 봄비는
아버지의 부재에 슬픔과 절망을 덧입혀
살아남은 식구들의 심장을 야금야금 베어 물고
시립묘지 한복판에서 잔인하게 통곡하네
술에 취해 어느 뒷골목에 쓰러져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던 아버지를 기다리던
유년 시절의 그 막막하던 어둠이
차라리 그리웠네
아버지를 닮은 비릿한 바람이
시골집 안마당을 쓸면
살아남은 식구들 가슴을 물들이는 핏빛노을이
슬픔을 입막음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아버지는 오래된 달력 속에서 주름진 미간으로
눈물 같은 웃음을 선물하려 애쓰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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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달력 속에는 우리의 일년 생활이 모두 적혀 있지요
누가 태어나고 누군가의 기일이 적혀 있는 집안 대소사의 일들
그런 달력의 텃밭을 가꾸어 가고 있습니다
저역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나간 달력속에 깃든 아련한 추억
그속에 스크린 처럼 빠져보는 그. 날 .들.
아픔도 즐거움도 현재를 있게 해주는 밑거름의
거름이 되어 지금 그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결실들이
하나씩 하나씩 영글어 가는 과수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처 익지 못하고 떨어진 과일부터 새들에게 쫒아 먹힌 과일
튼실한 과일 까지 좋은 추억 간직한 과일 수확 거두시길
고맙습니다
(오래된 달력 )속에 간직한 아버지 얼굴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석범 님, 정경숙 님, 반갑습니다. 항상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제게 힘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