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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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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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출발선에 선 아이들은

똑같은 아이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뛰어가고, 걸어가고

출발선 안에 나란히 선 아이들에게

하늘은 조용히 내려앉는다

구름 내쫓는 우렁찬 신호목소리 따라

똑같이 출발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끝나는 선 억지로 드리운 한줄

먼저와 닿아 푹 들어간 배 끌어안고

달려 나가면 뒤 들어온 아이 허겁지겁

아쉬운 마음 달래려 뒤돌아보지 않는

허접스러운 마음 어디서 생겨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

계속 쉼 없이 들어오는 아이들

딱총소리에 놀라 날아간 새들

아이들 머리 위에 뿌린 배설물에 핀

먹는 물고기 풀 강가

이름 없는 들꽃 가장자리에 울린

하늘 안개 내려앉는 물 만난 땅

산 속 원안에 보이는 망원경에 사로잡힌

굳은 땅에 띄는 럭비공 방향 따라

달리는 소리로 와 닿는 잊혀 가는 산봉우리

끝나는 지점이 있기에 시작은 언제나

수줍은 미소로 다가와

들여오는 목소리 흉내 내 천천히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

마지막 들어온 아이는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사라지는 풍선 향한 공기 흐름 마셔 바람 일으킨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