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排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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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물과 음식을 거부 하고만 있고
분뇨(糞尿)로 몸 밖에 배설 하고야 마는
분뇨(糞尿)보다 더한 것도 있어
더한 것은 무엇일까?
저마다 긴 잠은 옷 입고 잘 수 있지만
몸 밖으로 배설할 때 겉옷이나 속옷을 벋어야만 한다.
옷에 묻어난 냄새
나만이 아니고 타인에게도 고약한 냄새로 코를 진동 시킨다.
위장에 갇힌 음식물 이름 표시하지 않는 우리의 얼굴
얼굴에 나타나는 건
병든 자의 움푹 패인 눈과 쑥 들어간 볼
패인 눈에 눈물은 고일 수 없어 말라만 가고
쑥 들어간 볼에 살은 붙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
입이 있어도 먹고 마시지 못해
배설하는 작은 구멍이 있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육체의 신비한 세상에
가느다란 가난의 주사 바늘 야윈 살 뚫고 들어가
용서하지 않고 혈관 비명 소리 거부한 채
타들어가는 뇌 찾아가는 길 만들어 준다.
길게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밑으로 내려오다 뚝 끊어지는 힘 없는
육체 속 고무줄 갇혀있는 물속에 떨어져
보이지 않는 관으로 사라져 버린 날
천둥은 치지도 않았고 먹구름은 끼지도 않아
관으로 흐르는 물소리 듣지도 않게
보이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려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배설이 내품는 쾌락의 힘
계단에 찾아든 어둠 몰아내려
전등 스위치 키려고
투명한 문 열면 불어오는
인분(人糞) 냄새 온통 계단으로 통하지만
어디를 찾아도 창문은 보이지 않아
배설물 몸속에 가두어 이 한 밤 깊게 참아
고통처럼 찾아온 얇은 홑이불 온몸에 감싸고 눕는다.
댓글목록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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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긴 잠은 옷 입고 잘 수 있지만
몸 밖으로 배설할 때 겉옷이나 속옷을 벋어야만 한다.
옷에 묻어난 냄새
나만이 아니고 타인에게도 고약한 냄새로 코를 진동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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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가슴에 닿습니다.
사람 본연의 냄새..
그것이 갖는 의미를....
이순섭 시인님 반가운 인사 드리고 갑니다/
신정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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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섭 시인님 의 아름다운 마음 잘 읽고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고 행복하세요 ^^
이월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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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육체의 신비와
배설물 몸 속에 가두어 고통으로 눕는
마음의 신비한 번민...을 봅니다.
멋진 시.. 감사드립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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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람 냄새 풍기고 살고픈 욕심 하나 얻어갑니다.
이런 욕심은 많이 부려도 괜찮겠지요?
朴明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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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밑으로 내려오다 뚝 끊어지는 힘 없는
육체 속 고무줄 갇혀있는 물속에 떨어져
보이지 않는 관으로 살아져 버린 날
천둥은 치지도 않았고 먹구름은 끼지도 않아
관으로 흐르는 물소리 듣지도 않게
보이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려
냄새도 나지 않았다.
~
한 참을 느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