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 나간 아버지 팔과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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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082회 작성일 2007-07-17 12:01본문
아버지와 아들이 지상과 멀어져 하늘로 올라간
사람 개미처럼 보이는 상공에 비는 뿌리지 않고
햇빛이 눈부시게 뿌렸다.
뿌리 있는 나무 비와 햇빛 바라고 서있는 날
비가 내리면 햇빛은 보이지 않을 뿐
햇빛 내리쬐면 비는 하늘 높은 곳에 숨어 숨 헐떡거린다.
아버지는 아들 먼저 보내기 안쓰러워 두 팔로
맑은 정신 할 수 없이 놓기 전 감싸 안아 가슴에 품는다.
말하지 못하는 대신에 팔이 떨어져 나간 자리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숨을 거두었다.
아들은 아버지 보다 당연히 오래 살 수 있었는데
아버지 보다 먼저도 아닌 함께 아버지 품에서 잠들었다.
말 배우기 전 떠나간 아이 입 자리에 피어난
눈물 꽃 그 이름은 누하화(淚河花)
멀리도 떨어져 있지 않는 아버지 옆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어머니
가는 팔이 길 다면 여윈 다리 쭉 뻗어 아이에게
닿을 수 있다면 누하화 품에 안아 감싸고 푼 어머니
그렇게 보내려면 아들 낳지 않을
말 없는 어머니 옆에 두 눈 감고 먼 이국 산 속에
내려앉은 천사에게 개미는 다가간다.
죽음 있는 나라에 살아 숨쉬는 것조차 두려워 말고
다가선 춥지 않는 더움의 바람에 나뭇잎 흐느껴 울었다.
아버지 떨어져 나간 팔 아들에게 이어지지 못하는 아픔
하늘에서는 오지 않는 비 뿌린다.
긴 줄 일렬로 걸어가는 개미 행렬에 이탈한 개미 한 마리
질질 오줌 뿌리고 사람이 먹다만 사과 구멍 속이
훤히 보이는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누구에게도 찾아 갈 수 있는 것들 보이지 않는
선택의 끝머리에 매달려 다가온 죽음
어찌할 봐 몰라 몸부림쳐도 하늘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비 멈춘 이국의 산언덕 신의 빛 내리쬐는 사과 구멍에서
나온 개미는 떨어져 나간 아버지 팔이 멈춘 아이의 눈앞에
멈춰서 하늘 원망하고 대지 한탄하지만
아버지 팔은 어깨에 이어지지 못한다.
죽음은 그렇게 먼 이국땅에서 펼쳐져 흰 구름 타고
이리고 오는데 마중 나오는 개미는 한 마리도 없다.
댓글목록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저 보내는 자식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아플 것 같습니다.
부모는 선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나요.
경험이 없더라도 부모라면 누구나 짐작이 가고도 남는 아픔입니다.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하화'의 전설인가요? 아님 설마 진짜 선생님의 경험은 아니시죠? 그렇다면 정말 뭐라고 말씀을 올려야 할지....가슴아픈 일이네요...;; ㅜㅜ 그것도 먼 이국땅에서 먼저 보낸 자식이라면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가슴 아픈, 그러나 가슴 뭉클한 시 잘 봤습니다!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캄보디아 사건의 뒷이야기이시군요..
시인은 때론 객체(세계)의 자아화-주로 소설에서 많이 쓰는 것인데-를 잘 다루어야 좋은 시인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고 다시 읽으니 가슴에 더 와 닿네요...^^
좋은 시 잘 봤습니다. ^^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자간의 애처러운 이별
가슴이저려오는것 같습니다
Alas,,,,아,아 슬프도다[alas the day!]
감사합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글에서 삶의 애잔함을 느낍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