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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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898회 작성일 2007-09-29 22:45본문
가을 햇빛 타고 찾아간
곱게 합장한 부모님 산소 옆
곱디고운 어머니 살결 묻어난
잡히지 못하는 가을바람 타고 왔다
심어 놓고 가버린 국화꽃 시들어 간데없고
어머니 바르신 파운데이션 향기 닮은
국화꽃 모양 향기 쓰러지지 않게
감싸준 동그란 천사 머리 위 가느다란
구름 떠받친 철사만 남아 가을 하늘 향해 떠있는
손끝 힘으로도 쉽게 휘어지는 철사 밑으로
가볍지만은 않은 몸이 빠져나가고 있다.
가을 묻고 떠나가고만 있다.
가을이 가면 떠나가는 것이 있다.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가요 가사처럼
이대로 옆에 있어달라는
어머니 남대문 시장에서 다시 또 사 오신
보랏빛 직사각형 무수히 박혀있는 남방에
초록빛 원피스 옷자락 손바느질 한 그니 녀
그니 녀 작은 손가락으로도 뜯어지지도 않고
유난히 긴 손가락 가 닿지 못해
가슴 속 울리는 기적(汽笛)같은 맥박의 고동
얼마나 좋아했기에 민들레 수놓은
우표 한 장에 감싸인
계속 들려오는 이대로 옆에 있어달라는
눈물 맺은 씨앗에 흰 깃털 붙어 있어
가을바람과 함께 날려 널리 흩어지는 것이 있다.
작은 우표 한 장과 함께 떠나가는 것이 있다.
가을이 가면 떠나가는 것이 있다.
싫으면 그만인 가슴 미어진 그니 녀
가슴에 간밤에 길어온 물 붇고
작은 고운 발로 사뿐히 밟고 지나간 발자국
떠나간 발자국 몸 빠져나가면 찾지 못해
맥박 고동소리 이어서 끊어지지 않는
동아줄 만들어 고운 발에 묶으려도
가을에 떠나가는 것이 있다.
어머니 닮은 그니 녀
유난히 고운 그니 녀 두 발 가을에 떠나가고 있다.
가을이 가면 떠나가는 것이 있다.
화분에 받쳐 든 국화꽃
부모님 산소에 묻고 형님 산소에 묻고
어머니 얼굴 닮은 고운 그니 녀
가슴 때린 찬비 맞고 야산 걸어내려 온 길
가슴 후빈 머리위에 떠서 이끼 낀 산소
바라보는 동그란 천사 철사 보다 짧고 단단한
그니 녀 바늘 들이나 길에 핀 달개비 꽃 찾아
가을이 가면 함께 떠나고 있다.
내년에 찾아 볼 국화꽃 그리며
동그란 천사 머리 위 구름 감싼 철사는 없지만
가을은 떠나가고 있다.
댓글목록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절절한 시인님의 사모곡에 빠져 내 어머니에 대한 사모의 마음을 짚어보는 시간 가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 분명 가을도 떠나고 있습니다
말없이 소리없이 이그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데 ,,,,,,,,,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제 왔는데 벌써 떠나고 있는 가을인가요..
이곳의 가을은 오늘 온종일 추적인 진눈개비가 다 떠나보내고 말았나봅니다.
역시 가을은 오는 것보다 떠나보내는 것들이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감사히 뵙고 갑니다. 시인님..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이되면 떠나가는것 너무 많은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엔 떠나는 것도 많고
그만큼 마음 속에 피어오르는 것도 많나 봅니다.
고운 글, 뵙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오, 시인님.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신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떠나는 것이 있다면
떠난 그자리에 또 무엇이 밀려 들어 올까요
가고 오는 것이
인간의 뜻에 달린 것은 아니더라구요.
가야 할 것은 보내야지요.
피 같은 아픔을 쏟더라도...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대중가요 가사처럼 9월의 가을 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
계절의 순환처럼 시인님 마음의 나무도 옷을 갈아입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