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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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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929회 작성일 2007-09-0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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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이 월란



뒤뜰의 키 큰 나무들이 만취한 듯 몸을 흔들고 있다. 차고 문을 열어 둔 탓인지 차고와 통하는 거실 문이 포악스럽게도 자꾸만 열린다. 벌써 세번째 가서 문고리를 단단히 여며 두었다. 그리고 네번째로 열렸을 때 차고가 찜통이 되더라도 차고문을 닫아버렸다. 바람이다. 헐거워진 틈이라면 여지없이 파고들어오는 항간의 바람이다.

나의 아귀 튼 간극마다 스미는 저 세속의 바람은 계절의 고삐를 물고 뼛속까지 훑고 지나간다. 자해(自害)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차라리 편안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소실점을 향해 기운 선 위에서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속의 템포에 차라리 쾌감을 느낄 것이다. 식곤증에 몸이 굼뜬 사람이라면 찌푸린 삭신이 차라리 상쾌할 것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붙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후련할 것이다.

저 떠도는 바람들이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안달이 난 교활한 음모들이라면 난 뒤뜰의 저 키 큰 나무처럼 휘청거려 주리라. 곤두서는 신경다발들을 저 잎새들처럼, 아둔한 듯 몸 밖으로 내쳐 훤히 보이도록 전율해 주리라. 살아 뻗어버린 넌출의 흔들림들이 이젠 눈에 익을 때도 되지 않았던가. 깨금발로 건너 뛰어오던 깊지 않은 웅덩이들이 발이 스쳐도 젖지도, 빠져들지도 않을 늪이 아니란 것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않던가. 

전염성 높은 열병처럼 달거리로, 해거리로 오는 저것들이 궁핍했던 반생의 여독이라면, 건드리면 움츠리는 미모사같은 천성의 수치를 눈물 없이 감당해 낼 줄도 알아야 하지 않던가. 24시간 작동으로 쉬이 닳아 없어지는 밧데리같은 생의 원기를 난파 직전의 벼랑에서도, 저 물결치는 바람의 파문 위에서도 고요히 정박시킬 줄도 알아야 하지 않던가. 내린 닻은 질긴 명줄을 입에 물고 바람 없는 심해의 푸른 가슴에 말없이 안기고 말것을.
                                                                         
                                                                                                                                                          2007.9.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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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본시 세상은 바람들의 것이었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 모두 바람에 빚졌으니,
저것들이 빚받을 준비를 하나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 못된 것들...
좋은 글이군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들바람,
시원한 바람,
요즈음 가을 바람을 안고
지나고자 하는데, 어느 나라의
주가 흔드는 바람에 전 세계가 휩쓸고 있네요
시인님의 바람도 여러 바람 품고 있어 재미있게 잘 감상하였습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이 인간의 몸 휘감아 말없이 무엇인가 전해주고 빠져나가는 흔적 없는 자취에
바람은 어디선가 또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바람아` 잘 감상하였습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시길 기원드립니다.

이선돈님의 댓글

이선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 - 질긴 명줄 입에 물고 오는 바람
바람 없는 가슴에도 갈바람처럼 불어오고 있습니다.-저 키큰 나무처럼 흔들리면서...
멋진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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