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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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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249회 작성일 2008-05-13 12:06

본문

휴거*


                                                                                    이 월란



성가대 중간 좌석 쯤, 타고난 절대음감으로 소프라노를 든든히 받쳐주던 그녀
알토가 사라졌다
내 또래인 그녀가 강제로 이주당한 새 거주지는
Intermountain Medical Center: 5121 So. Cottonwood St. Murray

꽃을 사러 갔다
꽃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면 바로 시들어 버린다는 걸 아는지
나 같은 사람의 손에 걸린다면, 시들어가는 꼬라지 보기 싫다며
당장 거꾸로 매달려 절정의 순간에 말려진다는 걸 아는지
간택하러 간 나의 시선을 하나같이 외면하며 미동도 하지 않는다

팔려나가는 꽃들의 운명은 단 두 가지
상갓집에 가면 울어야 하고 결혼식에 가면 웃어야 한다
꽃처럼 소리도 없이 잘 울고, 잘 웃는 생명을 본 적이 있었던가
난 가장 우울해 보이는 꽃을 골랐다

수인번호같은 병원 1225호실
악보를 떨어뜨리고 쓰러진 그녀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주사바늘에 피멍이 든 손등이 왼쪽 반신과 함께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고
왼쪽 입가에 거품을 물고도 쉴 새 없이 웃으며 얘기를 하는 그녀는
뇌출혈로 중한자실에서 일반실로 온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았다
 
<난 감사해요,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요.>
<아직 나이가 있으니 금방 완쾌될 거예요.>
데리고 간 꽃들은 그녀처럼 웃지도 않고 나처럼 울지도 않는다
사무치는 꽃의 심장을 흥건한 운명 속에 꽂아두고
라스베가스의 호텔같은 야경을 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도망치듯 내려왔다

세속의 아내가 되어, 육중한 건물을 뒤돌아 본 난
젖은 가슴 아래 소금인형이 되어
하이힐 속에 단단히 박은 발목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밤물이 차오른 하늘은 검푸른 저수지 같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하늘 옥상에
응급 헬리콥터가 하강하고 있다

소돔의 야경 속으로 페달을 밟는 후사경 속에서
나의 반신을 두고 온 거대한 빌딩이
통째로 휴거 중이다

                                                                              2008-05-12




* 휴거(携擧) : ꃃ〖기독교〗예수가 세상을 심판하기 위하여 재림할 때
              구원받는 사람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것.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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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시절. 휴거라는 책을 본적이 있답니다.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예수재림. 아마겟돈 전쟁, 마지막 전쟁을 하기전에, 선택 받은 사람들이 휴거를 한다더군요. 정말 재미있던 책이었음을 기억 합니다. 시와 매치가 잘 되게 엮으셨습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돔의 야경> 속으로 페달을 밟는< 후사경 속에서>
나의 반신을 두고 온 거대한 빌딩이
<통째로 휴거> 중이다,,,네,,, 주신글에 머물렀습니다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주 고통스러운 심정을 시로 잘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는데, 외할머니 임종 전에
밖에서 본 검은 어둠 속을 고급 세단이 지나는 것을 보고 착잡한 심정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괜히 그 생각이 났습니다. 고귀한 글 잘 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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