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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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483회 작성일 2008-08-11 12:41본문
읽고 싶은 날
이 월란
시는 여백이 말을 한다
정작 하고 싶은 말들은 끝내 손끝으로 오는 길을 잃어버리고
언제 다녀갔는지 자판 위에 발자국으로만 찍혀 있다
까만 글자는 눈 감고 누워 있는데 눈밭같은 하얀 여백이 뒤척인다
점 8분음표 하나 찍혀 있지 않은데 행간마다 노을빛 가락이 춤을 춘다
아득한 곳에서 몰려오는 소슬소슬 숲소리
맴맴 맴을 돌다 풍덩 빠지고 마는 비밀한 언어의 늪
이 저릿한 감각이 무디어질 때까지 난 질투의 노예가 되기를 비겁해 하지 않는다
탐닉하는 시어의 골목길을 숨 가쁘게 달려가다 부딪히는 벽마다
벌건 가슴 한 줌씩 흘려 놓고서야 내가 보인다
자간마다 에돌아 흐르는 물소리 들어보고서야 세상이 짚인다
선한 눈물강 흘려 보내고서야 검은 연기 흩날리는 환속의 기차를 탄다
난잡했던 몸부림이 살아 온 흔적이었음을 부인하지 않기로 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산다는 것이 죄송한 날
내 못된 영혼의 족쇄가 끊어진다, 창백한 자유인
돌아오는 길을 익혀 두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름도 없이 내게 온 당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이란다
간사한 나는 매일 오늘처럼 가혹한 날은 없다고 우겨왔는데
먼 사람 하나 지어놓고 빈 새장같은 가슴 속을 훨훨 날아다닌다
끝내, 봉인된 편지 하나 유서처럼 바람에게 전해 주고서야
가녀린 생명 한 줄기 부여받은 암종같은 글 한 줌
나의 몸 속을 걸어 나온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로 시작하는 소설이 있단다
읽고 싶은 날이다
2008-08-10
추천3
댓글목록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안 하십시요.
김상중님의 댓글
김상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작 하고싶은 말들은 끝내 손끝으로 다가오고!
아름답습니다.건승을빕니다
이정희님의 댓글
이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더욱 요란하네요
노래소리와 함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건강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