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자해(自害)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350회 작성일 2008-09-02 13:01

본문



자해(自害)


                                                                                                                                          이 월란



높은 곳에 서면, 절벽 위에 서면 난 무의식 중에 내 몸을 떠밀어 본다. 사금파리처럼 섬뜩하게 부서져 내리는 시간의 낭떠러지를 층층이 내려 앉는다. 무심코 발길에 채인 돌멩이처럼, 돌출해 있는 바위와 나뭇가지에 몸이 부딪치고 긁히면서 생의 말석을 향해 하강하는 길은 그리 길지 않다. 꽃같은 문신 붉게 새기며 뛰어내린 세월 속에서 사람들이 우우 몰려 왔다 우우 사라진다.

 
자살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순간의 취헐(就歇)은 난해한 시험문제를 포기해 버린 몽당연필처럼 추궁받을 가치조차 없겠다. 비명(非命)의 꿈을 그리는 것 조차 기울어져가는 나의 빈몸에겐 아직은 아름다운 재앙이겠다. 마흔을 넘기고나선 누구에게 버림 받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누구를 버린다는 것이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소슬한 길목들마다 슬쩍 돌아가보면 버린 눈물마저 파도를 짓고 있어 한번씩 목이 잠긴다. 이 잔인한 득도의 길은 내가 애초부터 무엇인가를 버릴 수 있을 만큼 철저히 소유할 수 없는, 그저 침몰하는 야거리 돛배였음을 스스로 익혀 가는 항로였겠다.


깊이가 1.6km 라는 그랜드캐년의 난간 없는 뷰포인트에서 유명시인과 함께 사진을 박겠다고 앉았다 섰다 그렇게 한 세상 찝쩍거려 보다가 나를 한번 더 떠밀어 보고서야 알겠다. 세상은 미움과 질투만을 가르쳤어도 배운 것은 사랑과 애착 뿐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매끌매끌 닳아가는 잔돌만한 죽음이 아직도 숨을 쉬고 있다. 난 하루에도 몇 십번씩 죽었다 깨어난다. 얼핏 설핏 고개내민 절애의 우듬지엔 혈색 좋은 야생화들이 아직 붉다. 등진 난간을 붙들었다. 다시 生이다.

                                                                                                                                      2008-09-01



추천2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460건 6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260
읽고 싶은 날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0 2008-08-11 3
259
푸른 우체국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5 2008-07-22 3
258
탈놀이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2008-08-12 3
25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8 2008-09-07 3
25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7 2007-04-21 2
255
아침의 이별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7 2008-06-13 2
254
동거(同居)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0 2008-08-13 2
253
간장종지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6 2007-05-08 2
25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7 2008-03-15 2
251
포효(咆哮)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 2008-06-14 2
250
분신(分身)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5 2008-08-14 2
24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2007-02-14 2
24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7 2008-07-05 2
247
스시맨 댓글+ 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5 2008-09-10 2
246
이별나무 댓글+ 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3 2008-09-11 2
245
홈리스 (homeless)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1 2008-06-01 2
244
상사병 댓글+ 8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3 2007-02-17 2
24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8 2008-05-06 2
242
비섬 댓글+ 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3 2008-06-01 2
241
미리내 댓글+ 1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2 2007-10-23 2
24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3 2008-07-09 2
239
나를 지쳐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3 2008-03-23 2
238
흔적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0 2008-08-29 2
237
만개(滿開)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2008-03-24 2
236
포이즌(poison)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0 2008-08-31 2
235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8 2008-10-08 2
234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2 2007-02-03 2
233
나의 사람아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4 2007-10-08 2
232
외로움 벗기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8 2008-06-08 2
231
로란 (LORAN)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1 2008-07-17 2
열람중
자해(自害)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2008-09-02 2
229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 2008-03-10 2
228
사랑 7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2 2008-09-03 2
22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0 2008-06-26 2
226
사랑 2 댓글+ 13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0 2007-07-10 2
225
시야(視野) 댓글+ 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2008-09-05 2
224
들꽃 댓글+ 10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3 2007-07-11 2
223
한글교실 댓글+ 1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0 2007-02-12 1
222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7 2007-09-05 1
221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5 2008-09-08 1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