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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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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941회 작성일 2013-06-10 22:02

본문

<먼지>
 
                                                     김혜련
 
나는 지난 40년을 고아로 살아왔다
열 달 동안 품었을 어미는
소독 안 된 손으로 탯줄을 자르고
한 오라기 죄의식도 없이
고아원 입구도 아닌
익명의 낡은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도망쳤고
아비는 코끝조차 본 적 없다
빗자루에 얻어맞고
걸레질에 짓밟히고
청소기에 테러 당하면서
창틀로 오디오 위로
탁자 위로 선풍기 날개 속으로
에어컨 필터 속으로
하루하루 쫓겨 다니며
두 발 쭉 뻗고 자는 숙면은
꿈꾸는 것조차 죄악이었으며
소화가 잘 되는 한 끼 식사는
내 사전에도 일기장에도 없었고
다만 살기 위해 눈칫밥만
위장 가득 채워
날마다 부글부글 새어나오는 가스를
발뒤꿈치로 참느라 진땀이 났다.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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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아-먼지-외로움
살아오는 동안 먼지로 이곳 저곳에 휩쓸려 살아왔지요,,,
나날이 고통속에서 울부짖었으나 눈길 한번 주는이 없는 각박한 세상...!!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떠 다니는 먼지들의
소리없는 음성을 찾아내는
시인의 눈매

선한 눈이
아름다운 것을 찾아낸다는...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석범 님, 정경숙 님, 오영근 님, 이제야 보고 댓글 달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청소를 부지런히 한다고 하지만 먼지가 왜 그렇게 많은지 사는 게 먼지를 만드는 일에 불과한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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