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排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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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349회 작성일 2007-02-21 23:06본문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물과 음식을 거부 하고만 있고
분뇨(糞尿)로 몸 밖에 배설 하고야 마는
분뇨(糞尿)보다 더한 것도 있어
더한 것은 무엇일까?
저마다 긴 잠은 옷 입고 잘 수 있지만
몸 밖으로 배설할 때 겉옷이나 속옷을 벋어야만 한다.
옷에 묻어난 냄새
나만이 아니고 타인에게도 고약한 냄새로 코를 진동 시킨다.
위장에 갇힌 음식물 이름 표시하지 않는 우리의 얼굴
얼굴에 나타나는 건
병든 자의 움푹 패인 눈과 쑥 들어간 볼
패인 눈에 눈물은 고일 수 없어 말라만 가고
쑥 들어간 볼에 살은 붙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
입이 있어도 먹고 마시지 못해
배설하는 작은 구멍이 있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육체의 신비한 세상에
가느다란 가난의 주사 바늘 야윈 살 뚫고 들어가
용서하지 않고 혈관 비명 소리 거부한 채
타들어가는 뇌 찾아가는 길 만들어 준다.
길게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밑으로 내려오다 뚝 끊어지는 힘 없는
육체 속 고무줄 갇혀있는 물속에 떨어져
보이지 않는 관으로 사라져 버린 날
천둥은 치지도 않았고 먹구름은 끼지도 않아
관으로 흐르는 물소리 듣지도 않게
보이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려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배설이 내품는 쾌락의 힘
계단에 찾아든 어둠 몰아내려
전등 스위치 키려고
투명한 문 열면 불어오는
인분(人糞) 냄새 온통 계단으로 통하지만
어디를 찾아도 창문은 보이지 않아
배설물 몸속에 가두어 이 한 밤 깊게 참아
고통처럼 찾아온 얇은 홑이불 온몸에 감싸고 눕는다.
댓글목록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마다 긴 잠은 옷 입고 잘 수 있지만
몸 밖으로 배설할 때 겉옷이나 속옷을 벋어야만 한다.
옷에 묻어난 냄새
나만이 아니고 타인에게도 고약한 냄새로 코를 진동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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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가슴에 닿습니다.
사람 본연의 냄새..
그것이 갖는 의미를....
이순섭 시인님 반가운 인사 드리고 갑니다/
신정식님의 댓글
신정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순섭 시인님 의 아름다운 마음 잘 읽고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고 행복하세요 ^^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육체의 신비와
배설물 몸 속에 가두어 고통으로 눕는
마음의 신비한 번민...을 봅니다.
멋진 시.. 감사드립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김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진정한 사람 냄새 풍기고 살고픈 욕심 하나 얻어갑니다.
이런 욕심은 많이 부려도 괜찮겠지요?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게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밑으로 내려오다 뚝 끊어지는 힘 없는
육체 속 고무줄 갇혀있는 물속에 떨어져
보이지 않는 관으로 살아져 버린 날
천둥은 치지도 않았고 먹구름은 끼지도 않아
관으로 흐르는 물소리 듣지도 않게
보이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려
냄새도 나지 않았다.
~
한 참을 느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